
매출 1조원을 상회하는 갑을상사그룹의 갑을오토텍에서 벌어지는 노조파괴 의혹이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면서 세간의 우려를 낳고 있다.
22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측은 정문을 뜯어내고 공장 진입을 시도했고, 총파업중인 갑을오토텍 금속노조원들은 기업노조 측의 출근을 막기 위해 정문을 봉쇄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노조원 30여명이 진입을 시도하다 금속노조원 수십 명과 충돌,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지난 17일 기업노조에 소속된 신입사원들이 현장에서 금속노조원들을 집단폭행해 2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혀 물의를 빚은 지 5일 만이다. 지난 4월에도 유사한 충돌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갑을오토텍의 복수노조간 충돌이 심화되면서 지역 사회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의 우려도 깊어가고 있다.
이날 아산시는 시청 상황실에서 긴급 노사민정협의회를 열고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사측에서 실질적인 대표가 나설 것을 촉구했고,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한 신입 직원들에 대해서도 사규에 따른 조속한 조처를 요구했다.
지난 19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 덕양갑)과 서기호 의원(비례대표) 역시 갑을오토텍을 찾아 사측과 노조의 입장을 청취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을 비롯한 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갑을오토텍 폭력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물론 아산시민연대 역시 갑을오토텍의 폭력 사태 발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폭력사태 해결을 위해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의혹 극에 달해
하루가 멀다하고 갑을오토텍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일명 ‘노조파괴’ 의혹과 연관된 사안이다. 자동차 공조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에서는 지난 3월부터 노조파괴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갑을오토텍은 금속노조 소속 지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업체이며 지난 2013년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갑을오토텍에 새로운 복수노조가 설립되면서 일명 ‘노노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새 노조를 이끈 직원은 단 한 명이었고, 이 직원은 다른 동료와의 갈등으로 징계를 받았음에도 현장에 나타나 이를 항의하고자 사무실을 방문한 조합원이 박유상 갑을상사그룹 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세간에 알려진 새 노조 조합원들의 실체는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특히 새 노조에 주로 대거 가세했는데, 대부분 신입사원임에도 40대 이상이었고 경찰 및 특전사 출신이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동국실업 노사갈등시 용역으로 투입된 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을오토텍에서는 입사와 동시에 금속노조에 가입되는데 지난해 12월에 입사해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지난 3월 새 노조가 설립되자 대거 금속노조를 이탈해 새 노조에 가입했다. 갑을오토텍지회에서 파악하기로는 신규채용된 60명 중 특전사 출신은 27명이고 이외에도 전직 경찰 및 101경비단 출신들도 다수 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신입사원들 중 일부가 입사 전부터 복수노조 가입을 전제로 상당한 조건을 제시받은 정황과 기존 노조와의 갈등을 유발하도록 독려받은 정황 등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갑을오토텍은 사측에서 조직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조종해 노노갈등을 유발, 노조를 파괴하려 한다는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잇단 유혈 사태, 수수방관 정부 질타
결국 노노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 4월 30일에는 양 노조간에 몸싸움이 발생해 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금속노조 간부들과 갑을오토텍 지회는 출근 선전전과 현장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새 노조 직원들이 새벽부터 정문 바리케이트를 걸어 잠그고 출입을 막자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7일에는 전직 경찰 및 특전사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새 노조의 핵심 주동자들이 현장에서 금속노조원들을 집단폭행해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일마저 벌어졌다. 아산시민연대에 따르면 당시의 폭력 사태는 경찰에 의해 동영상으로 채증됐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금속노조원들이 이들의 체포를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8일과 21일에도 폭력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경찰은 폭력을 막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을 상주시켰을 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아 경찰과의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갑을오토텍을 찾은 심상정 의원은 “영상과 증거물이 있는데 현행법으로 체포하지 않은 것은 정부와 사측의 인권유린”이라며 경찰의 엄정수사를 요구했다.
또한 심상정 의원은 “특전사, 경찰출신을 해고하라는 행정관청의 권고도 무시하고, 폭력사태를 수수방관한 사측의 행태는 부당노동행위 범죄”라며 “담당자들은 법적 책임을 각오하라”고 엄포를 놨다. 특히 새 노조의 사무장인 김모 씨는 전직 경찰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측, 새 노조 편 드나?
양측의 잇단 물리적 충돌은 노조활동 방해와 그 반발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갑을오토텍은 새 노조를 통해 노조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15일만 해도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새 노조 측이 선전물을 칼 갈코리로 긁어내 모두 폐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회는 성명을 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금교섭 쟁의행위를 하던 중 부착한 선전물을 새 노조 위원장 성모 씨 등 10여명이 칼 갈코리로 일방적으로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사측은 이에 대해 새 노조 편을 드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사측은 “회사가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으며,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에 게시판 외의 다른 곳에 선전물을 부착하는 행위는 정당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날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 회사가 허가한 장소에만 선전물을 부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지회 역시 “사측은 임금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모든 부당노동행위가 노조간 갈등으로 보이도록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원들, 노동부·경찰 행태에 두 번 ‘피눈물’
이미 신종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관련 결과를 제외하고도 갑을오토텍이 노동법 위반 혐의는 다채롭다.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사측이 산업안전보건법 551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금품청산의무 위반, 임금 미지급, 연장근로 제한 위반, 퇴직연금제도교육 미실시 등이다. 노동부는 임금 체불과 관련해 모두 23억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경찰과 노동부의 행태는 미지근하기 짝이 없어 큰 비판을 낳고 있다.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이 금속노조 파괴 목적으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갑을오텍에선 현재 사측과 기업노조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금속노조원과 경찰이 대치하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연출돼, “경찰이 폭행범을 비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17일 폭력사태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하고 동영상 등의 증거도 확보했지만 “새 노조 측이 완강히 거부해 연행하지 못했고 현행범 요건에도 맞지 않아 임의동행을 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며 발뺌하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저지른 현행범들인데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뒤늦게 비난여론이 커지자 폭력을 행사한 몇 명을 연행해 조사하더니 모두 풀어줬다”며 “오히려 경찰은 회사가 요구한 시설보호요청을 빌미로 노조원들을 연행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담당 근로감독관은 지난 17일 폭력사태에 대해 “현장은 봤다”면서도 “발생원인과 대책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지난 4월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을 하고도 2달째 신종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관련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는 “아직 수사 중이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