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가 주요 쟁점인 2.17 합의서의 ‘5년간 독립 경영 보장’을 상황에 따라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해 통합 논의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 논의 중지 가처분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에 관련 서류 제출 시한을 하루 앞두고 요약준비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0쪽 분량으로 알려진 서면에는 그간 외환은행 노조가 강조하던 ‘통합 논의는 5년 후에’라는 원칙을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에 대한 양측의 입장과 그간의 대화과정이 포함됐다. 외환은행 노조에 따르면 이 내용은 앞서 지난 2일 하나금융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핵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독립경영 원칙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수정안은 포괄적인 방식으로 제시됐으며 협상 중인 탓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법원은 이 서면을 검토한 후 이달 안에 하나금융이 제시한 통합 논의 중단 가처분 결정 이의신청에 대한 판결을 내릴 방침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2.17 합의서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아온 ‘5년 간의 독립 경영’ 원칙을 먼저 수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간 외환은행 노조는 모든 협상을 ‘독립 경영’ 원칙을 대전제로 해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 제시를 계기로 강경 모드로 맞서 오던 양측이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수정안 제출 요구에 응답,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넣고 인원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수정안이 아니라 초안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하나금융이 제시한 수정안이 거부되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이번 외환은행 노조의 수정안 제시로 통합 논의가 다시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법원이 하나은행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대화가 이어질 경우 다시 조기통합 가처분 신청을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한편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노조 측의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