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 양식의 성당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에서 불법으로 드론 촬영을 강행하다 드론이 성당에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직원에게 책임을 미뤘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사과해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4일 CJ E&M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CJ E&M은 국내 최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방송 사업, 영화, 음악·공연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CJ그룹의 계열사다.
이날 CJ E&M은 “자체 케이블TV 채널인 올리브 TV의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하며 “제작진에게 자율을 준다는 측면에서 세부 사항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전 CJ E&M의 촬영팀 3명은 두오모 성당 앞 광장에서 드론을 날렸고, 성당을 관리하는 ‘베네란다 파브리카’라는 회사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촬영팀은 CJ E&M소속 올리브TV 직원 1명과 외주업체 2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이 다가오자 당황한 촬영팀은 순간 드론을 놓쳤고, 드론은 대성당 첨탑에 장식된 성모상을 지탱하는 케이블에 부딪쳤다. 다만 케이블이 끊어지지는 않았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조명탑 1개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의해 사건이 알려지자 처음에는 30~40대의 한국인 여행객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촬영하다 실수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는 촬영팀이 처음에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에서 설명회를 하려고 입국했고 성당 주변을 항공 촬영하고 싶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 한국인들이 CJ E&M의 용역업체 직원들임이 드러나면서 CJ 측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CJ그룹 고위 임원이 “용역 업체 직원이 욕심을 부린 것”이라며 “드론 촬영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가, 사전에 밀라노 엑스포 한국 대표단에 드론 촬영의 불법 여부를 문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대표단은 엑스포장과 밀라노시 전역에서 드론 촬영이 불법이라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촬영팀은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밀라노시 전경을 촬영하려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재산 손괴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CJ E&M 관계자는 “세 사람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고 현재 밀라노에 머물고 있다”면서 “현지 경찰에서 추가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과태료 등 최종적인 법적 조치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며 추가 조사에도 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브랜드 캠페인 영상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날 CJ E&M의 사과에도 거센 비난의 물결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사과에 대해서도 “결국 관리감독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꼬리 자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비난해 많은 공감을 받았고, 다른 누리꾼은 거짓 해명을 비판하며 “국가 망신”이라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