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가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결국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 시한을 넘겨 무기한 미뤄지게 됐다.
30일 노동계 및 경영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이에 내년 최저임금액 결정은 결국 법정 시한인 29일을 넘기게 됐다.
경영계는 1일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위원회에 계속 참여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으로, 최악의 경우 경영계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2회 이상 전체회의에 불참할 경우 참석자만으로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으로 구성됐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그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팽팽한 갈등을 빚어 왔다. 노동계는 올해의 5580보다 79.2% 오른 시급 1만원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이렇게 되면 최저연봉이 2508만원이나 된다며 동결을 요구, 서로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막판 최저임금 결정문에 월급을 병기하는 문제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폭발했다. 공익위원 측이 월급을 병기하는 안을 제시하자 정부와 노동계는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경영계는 회의를 보이콧할 정도로 크게 반발했다.
이 제안은 시급과 월급을 병기할 경우 임금액이 많아 보일 수 있다는 정부 측의 논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이 안은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가 부가 설명을 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8일 이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논의가 벌어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계의 전원회의 불참은 결국 월급병기안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읽히고 있다. 지난 25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도 월급액 병기안이 표결에 부쳐질 움직임이 감지되자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유감을 표명하고 퇴장한 바 있다.
경영계는 월급 병기안이 통과될 경우 일용직 근로자들 위주로 시간 단위가 아닌 월 단위의 계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노사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유휴수당이 포함된 셈인 월급 병기안이 통과되면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 유급휴일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우려도 한 몫 했다.
반면 노동계는 월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회적 관행이라며 찬성의 뜻을 표했다. 유급휴일수당이 근로자들의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노동계는 PC방·편의점 등 유급휴일수당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이 월급으로 계산될 경우 근로자들의 보호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내달 중순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에 대한 장관 고시는 매년 8월 5일까지 이뤄져야 하지만 고시 전 20일 간의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감안하면 7월 15일이 마지노선이다. 다만 강제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7월 중순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6년에도 7월 24일이 되서야 결정된 사례가 있다.
이날 갈등을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의 이장원 공익위원은 “(법정 시한이 지났지만) 장관 고시일(8월 5일)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 위원을 설득해 다음달 초 안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시급·월급 병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안건 등에 대해 내달 3일 표결에 부치기로 하고 6~7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