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둘러싼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1차전이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났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김용대)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햇다. 등기이사 7인에 대한 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이날 재판부는 엘리엇이 주장하는 주가 기준의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권상장법인간 합병에 있어서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에 따라 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간 엘리엇은 자산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합병 비율이 산정됐고,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있고 제일모직의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이를 토대로 산정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재판부는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합병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합병 공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 따라 단순히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합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엘리엇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내놓은 자료에 대해 “구체적 근거 없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이사의 위법행위를 막기 위한 유지청구권을 주장하며 삼성물산 법인 외 등기 이사 7인을 상대로 낸 가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상법상 상장회사 특례조항에 따른 주식 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며 청구권 없음 각하 판결을 내렸다.
상법상 ‘유지(留止)청구권’이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해 불이익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 주주가 그런 행위를 중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009년 편입된 유지청구권 특례조항에 따르면 자본금 1000억원 이상 회사의 경우 6개월이 최소 보유기간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합병이 정당한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삼성물산 측은 또한 합병의 정당성이 사법부에서 인정받았다는 입장을 내놓고 향후 합병 추진작업이 크게 탄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엘리엇이 “삼성물산 자사주(899만주·5.76%)를 우호세력인 KCC에 매각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주주총회일인 오는 17일 이전에 나올 예정으로 이날은 판시되지 않아 아직 삼성물산으로서는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KCC 지분의 처분 금지가 내려질 경우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14%에 불과하게 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