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성완종 리스트’ 수사
용두사미로 끝난 ‘성완종 리스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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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홍준표 기소, 김기춘·홍문종 등 ‘친박’ 6명 불기소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던 검찰은 이완구‧홍준표만 기소하고 김기춘·홍문종 등 ‘친박’ 6명 불기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4월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품을 수수한 이름이 적힌 ‘리스트’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검찰은 80여일간의 수사를 종결 지었다.

당시 메모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사팀은 성 회장에게서 각각 1억 원과 3천만 원을 받은 정황이 확인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을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 속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박 실세들을 향해 검찰이 면죄부를 발급했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가 메모에 적힌 여권 인사 8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를 소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듯 했다.

수사팀은 다만 성 회장에게서 각각 수천만 원을 받은 정황이 발견된 이 의원과 김 의원이 소환에 불응한 가운데,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성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의 개입 가능성를 추적해왔다. 이에 검찰은 노건평씨도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수사 결과를 놓고 야권에서는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완구·홍준표만 기소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품거래 의혹을 받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4월12일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지 82일 만에 성 전회장이 남긴 메모 속 인사가 사법처리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 지사는 2011년 6월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시기에 성 전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2013년 4월 3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다.

특히 성 전회장은 자신의 몸에 금품을 건넨 인사의 이름이 적힌 메모와 함께 자살 전 <경향신문>과 나눈 전화 인터뷰 내용이 결정적인 단서였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리스트에 이름과 액수가 적힌 여권 정치인 8명을 수사대상에 올렸다. 리스트에는 ‘김기춘(10만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 등 핵심 친박 인사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중간 수사결과,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와 이 전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속 나머지 정치인 6명은 사법처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특별수사팀은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5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성 전회장의 2007년말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전 대통령 비서실장)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하고 성 전회장으로부터 특사 청탁을 받고 5억원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노건평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는 비밀 장부의 존재에 대해선 해당 장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성 전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 전 대선캠프 수석부대변인 김모씨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경남기업의 회계자료 등 주요 증거를 파쇄하고 자금지출 내역 등 자료를 은닉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전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홍보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이헌숙 부장판사 심리로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증거 은닉·인멸 행위는 중대한 사법 방해 행위이므로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친박 감싸기’ 논란

그러나 검찰의 수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 ‘물타기 수사’ 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앞서 검찰은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도 않은 채 성 전 회장의 노무현 정부 당시 사면 특혜 의혹으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철저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나 성완종 리스트가 발표된 이후 여론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지난 4월 24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1~23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는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층(378명) 중에서도 78%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사실이 아닐 것”이란 응답은 3%에 그쳤다.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와 함께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의 구체적인 증언과 더불어 부정적인 여론이 나왔음에도 검찰은 리스트에 등장한 일부는 아예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쪽은 오히려 구속수사를 벌여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리스트 인사 6명에 대해선 소환이 아닌 ‘서면 질의서’를 보내 조사를 펼쳤다. 이를 두고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서면 질의서를 통해 복원한 특정 시점의 동선, 자금 흐름과 서면질의서 및 제출 자료를 분석해 추가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통상 서면조사는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이 부족할 때 의혹 당사자에 대한 마무리 조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지배적으로 보고 있다.

당초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라고 했던 검찰은 갑자기 “리스트에 국한된 수사가 아니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야권이 앞으로 제기할 특별검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野 “특검 도입 필요하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 결과에 대해 강력 규탄하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시사포커스DB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면 비판하며 ‘성완종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친박게이트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친박 권력실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혐의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스스로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검찰임을 자백하며 검찰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 대표는 “성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공개적으로 말하고 메모를 남긴 권력 실세들에 대해 계좌추적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서면조사로 깃털조차 뽑지 못한 부실수사를 했다”며 “그러면서 야당 인사에 대한 물타기 수사로 본질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검찰에게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만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권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아울러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공범이고 몸통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금 즉시 진실 규명과 부패 청산을 위한 우리 당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검찰이 진실규명을 포기했다. 정치 검찰의 마각이 드러났다”며 “이제 검찰은 우리 당이 준비한 특검의 조사 대상이다. 형평성을 잃고 권력의 하수인이 돼 버린 검찰은 조사대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또 “현행 상설특검으로는 땅에 묻힌 이 진실을 다시 파헤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 도입 주장을 거두고 검찰이 묻어버린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검찰의 특별수사팀이나 여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으로는 결국 친박 게이트를 덮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며 “이번 수사결과로 이 사건의 몸통이 바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친박 세력들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검찰이 포기한 친박 게이트의 실체적 규명을 위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언대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안하고 짝퉁 리스트만 만들어놨다”며 “정치공작 쇼까지 벌이는 웃지못할 촌극의 주인공, 이제 검찰을 검찰이라고 부르기 아깝다”고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 중 친박핵심 김기춘·허태열·유정복·서병수·이병기에게는 소환조사는커녕 ‘맹탕’ 서면조사로 마무리 했다”며 “반면 ‘성완종 특사’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를 이미 소환조사했고 기소할 방침이라고 하는 만큼, ‘망신주기 수사이자 형평성을 잃은 수사’라는 것을 검찰 스스로 자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살아있는 정권실세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확증적인 물증도 없이 전직 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검찰의 수사행태는 정치검찰임을 말하고 있다”며 “이제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길은 특검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문정은 대변인도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 몇 개월의 수사가 이렇게 초라한 결과를 내기위한 것이었다니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라면서 “초지일관 국민 우롱으로 일관하는 정치 검찰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인 2012년 대선 불법자금 의혹은 털끝하나 건들지 못했고 증거인멸 정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문 대변인은 즉각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한 즉각적인 독립 특검 실시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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