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들면서 삼성그룹을 격랑 속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 인베스트펀드가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을 5% 넘게 확보한 것으로 드러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지난 3일 특별관계자 5인과 장내 매수를 통해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1%(129만536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헤르메스는 지난달 25~26일 집중적인 장내 매수를 통해 1만3696주를 추가 매입, 5%를 넘어섰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헤르메스가 엘리엇처럼 삼성과 경영 분쟁을 벌이는 등의 액션을 취하면서 차익을 거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법률 대리인 역시 엘리엇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넥서스로 두 헤지펀드가 동일하다.
특히 헤르메스는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가, 8개월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전례가 있다. 이 건으로 헤르메스는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조사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정밀화학 측은 헤르메스의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인 만큼 이 같은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은 헤르메스와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시황 및 수익성 회복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지분 구조나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볼때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문제 같은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투자를 위한 지분 매입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정밀화학은 삼성 계열사가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어 14% 정도에 불과한 삼성물산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대주주는 14.65%를 보유한 삼성SDI이고,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등도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9.99%)과 국민연금(5.1%) 역시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