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덮치는 ‘시한폭탄’ 해양플랜트
조선업계 덮치는 ‘시한폭탄’ 해양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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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수주 감소 만회하려 능력 부족에도 저가 수주
▲ 조선업계에서 한 때 붐이 불었던 해양플랜트가 능력 부족과 저유가 기조 등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 때문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분기 최대 1~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연달아 누락된 손실 규모를 각각 2조원대와 1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조선업계를 먹여 살린 효자라고 칭송받던 해양플랜트가 천문학적인 부실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그간 누락된 손실을 2분기 실적에 일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양사의 2분기 손실 규모의 합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1년치 적자인 3조원대를 훌쩍 뛰어 넘게 된다.

특히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이 조선업계를 패닉에 몰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서 석유나 가스를 채취해 현장에서 바로 정제하거나 보관할 수 있는 대형 구조물이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2010년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로 주요 발주처의 상선 수주가 급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주가 한창이던 2012~2013년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수주액 대비 해양플랜트 비중이 90%에 육박했고, 현대중공업까지 포함해도 60%에 달했다.

하지만 기존의 상선 제조와 전혀 다른 해양플랜트의 제조 경험이 없던 조선사들은 곧바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설계 능력의 부족으로 해외 업체에 설계를 전적으로 의존했고, 자재는 80% 이상 미국이나 유럽 업체에 의존했다. 이 와중에 국내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을 벌여 저가 수주가 횡행했다.

조선업은 특성상 수주한 물량을 인도하는 시점까지 3년 정도 걸리는데, 대금의 50% 이상은 인도 시점에서 받게 된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의 지속으로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발주를 줄이면서 발주사들이 소위 ‘갑’이 되면서 인도 시점에서 받는 금액이 70%를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시공을 무리없이 마무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 발주사의 잦은 설계 변경과 그로 인한 납기 연장은 고스란히 제조사의 몫이 됐다.

부가가치가 높고 사업규모가 커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손실 확대를 당분간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변동성이 작은 상선 제작과 달리 해양플랜트는 사업마다 특성이 제각각으로 손실 규모 예측 등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 조선주의 급락세를 이끌었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1년 수주했던 반잠수식시추선 4척의 공기 및 인도지연에 따른 손실만 1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손실 규모만 2조원에 달하고 자회사 부실까지 일시에 반영할 경우 3조원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설계지연과 해외현지제작이 늦춰지면서 추가 손실 규모가 1조원을 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는 “경험과 기술력도 없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대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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