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처음으로 한 달여 만에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 올해도 임단협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1일 임금협상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93%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서 르노삼성 노사는 협상에 임한 지 한 달여 만에 분규 없이 국내 완성차 5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기본급 2.3% 인상(평균 42,300원 인상), 생산성 격려금 지급(상반기 250%, 하반기 100%+α), 통상임금 자율합의(정기상여 제외, 10개수당 반영), 호봉제 폐지 후 노사공동인사제도 개선위원회 통한 인사제도 개편, 임금피크제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임금협상 타결 대타협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엔저 장기화와 유럽발 경기 악화,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침체 등으로 자동차 업계가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의 무분규 합의는 노사관계에 큰 전환점이 된다는 평가다. 이번 조기 합의는 노사가 적정 수준 서로 양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로써 같은 완성차 업계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4월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먼저 상견례를 시작한 한국GM은 노조에 사측이 임금협상안을 먼저 제시할 정도로 조기 타결에 적극적이고, 쌍용차는 노조가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만큼 이달 내 타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는 아직 임금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가 자리잡고 있는 현대차는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시작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14일 오후 임단협 출정식을 열고 “4만8천 조합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행동으로 전면전을 벌이겠다”며 파업불사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지난 18일 만나 회사의 경영 상황을 공유했고 지난달부터 매주 두 차례씩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견의 차이가 여전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성과급(순이익의 30%) 등 50개 단체협약 안과 13개 별도 요구안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금속노조 표준생계비 요구 근거가 불합리한 데다 현재의 경영여건 악화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에 참여하지 않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합의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노사 간의 협상이 여름 휴가 전까지 타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현대차 노사 양측이 투싼 물량을 울산5공장과 2공장에서 공동생산하는 데 합의하는 등 노사 공동으로 위기상황 극복 움직임에 공감, 임단협에 긍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면도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