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사이의 가격 줄다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호산업 매각가로 1조218억원을 제시한 채권단은 이날부터 박삼구 회장 측과 매각 협의에 돌입한다. 1조원이 넘는 제안가는 당초 7000억~8000억원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해 크게 뛴 수준이다.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매각가 제시에 앞서 열린 회의에서 결론을 짓지 못해 산업은행에 거래를 위임했고 산업은행은 채권단 의결권 지분(14.7%)이 가장 높은 미래에셋과 협의해 이날 박삼구 회장에게 이 같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앞서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에 금호산업의 실사를 의뢰해 산출된 주당 가치는 3만1000원으로, 총 5369억원 규모였다. 채권단이 인수가를 제안한 23일 금호산업 주식의 종가는 1만8500원 수준으로, 이미 실사를 통해 산출된 금호산업의 공정가치는 주가의 1.7배(총 3200억원 가량)에 달했다.
여기에 채권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는 과정에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이고 사실상 금호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무려 9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5만9000원, 총 1조218억원을 제시했다. 제안 당일 종가의 3배가 넘는다.
이에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40%를 더해 6890억~7420억원 수준에서 인수가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은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과거 본입찰 유찰 당시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은 6000억원대 초반이었고, 박삼구 회장 측이 주장하고 있던 가격은 5000억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경영권 프리미엄 지나쳐”
채권단의 요구 수준이 윤곽을 드러내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나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100억원 이상의 인수합병(M&A) 사례들의 경우 통상 매겨졌던 경영권 프리미엄은 40~5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미 공정가치로 산출된 3만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지나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예비입찰 당시 신세계·롯데·애경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M&A 이슈가 불타올랐을 때 정점을 찍었던 주가도 3만5000원을 넘지 못했다.
더구나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할 경우 채권단이 가진 전체 지분 57.6%가 아니라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최소 지분인 ‘50%+1주’(1732만주)만 사들일 수 있다. “이럴 거면 실사를 뭐하러 진행했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온다. 내부에서는 채권단이 과도한 매각 가격을 책정했다며 격앙된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제안가가 7000억~8000억원일 때도 자금 동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1조원을 넘어가는 제안가로는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5월 지분 인수와 관련해 “시장에서 보는 가격이 있는데 채권단에서 무리하게 하겠냐”며 “실사를 통해 적정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호반건설 제시가격 정도를 인수가격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매도-매수 양측의 눈높이가 크게 벌어진 만큼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에셋 “투자원금 이하로는 안 돼”?
반면 채권단을 주도한 미래에셋 측은 이 정도 가격은 최소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의결권의 14.7%를 갖고 있는 미래에셋 측이 “운용사로서 투자원금 이하로는 팔 수 없기 때문에 실사 가격에 이 정도는 붙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미래에셋이 의결권이 가장 크기 때문에 미래에셋 측과 합의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을 논의하는 채권금융기관운영운영위원회는 채권단 지분 57.6%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개 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의결권 지분은 미래에셋이 14.7%로 가장 많고, 뒤이어 산은 7.6%, 농협 7.0%, KDB대우증권 6.7%, 국민은행 2.7%, 우리은행 1.4% 순이다. 나머지 10%의 비율을 가진 50개 채권단은 매각작업을 운영위에 위임했다.
이에 결국 의결권 지분이 가장 높은 미래에셋의 주장이 운영위에서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였던 미래에셋은 2010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개시 당시 주당 6만원에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주당 5만9000원은 이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난 2006년 금호산업 등 계열사 4곳과 재무적 투자자 18개 기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당 2만6262원에 사들이면서 재무적 투자자에게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금호산업이 3만2500원에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맺은 바 있다. 이 풋백옵션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가 대우건설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면서 차액(행사가격-산은 인수가)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다.
특히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미래에셋은 사모투자펀드를 결성해 6100억 원을 투자했지만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아직까지 1500억 원 정도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 측은 미회수금을 미래에셋삼호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보유 주식 수 293만주(8.55%)로 나눈 가격이 주당 5만 원선이고, 여기에 10여년간 펀드 출자자들이 지급한 펀드 운용비용 등을 감안하면 5만9000원은 돼야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은 “협상 과정서 매각가 내려갈 것”
과거 본입찰 유찰 후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결국 7000억원대에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당시에도 채권단 측은 “1조원을 받지 못할 경우 아예 매각 자체를 2~3년 뒤로 미룰 것”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결국 1조원의 인수가가 공식적으로 제안되기는 했지만 운영위 내부에서는 박삼구 회장과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다시 매각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인수가에 대한 의견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일부는 “손해를 보더라도 인수가 가능한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통상 프리미엄인 40∼50% 가격을 매긴 주당 4만3000∼4만6000원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이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원도 받지 못할 경우 비난 여론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렇게 왜곡돼 보이는 가격을 제시하려면 뭐하러 실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배임 문제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지난 5년간 배임 이슈는 꺼내지도 않다가 뒤늦게 배임 운운하는 건 핑계이고, 주가보다 세배 이상의 가격을 요구한다는 건 배임 이슈가 아닌 다른 차원의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단 산은 측은 협상 과정에서 제안가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 측은 8월 한 달간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일단 이번 채권단 제시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경우 채권단은 2차 예정가를 통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을 주도하는 미래에셋·산업은행 등과 물밑협상을 벌여 2차 매각예정가를 낮추거나, 채권단이 제시하는 2차 매각가를 확인한 뒤 추가 가격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2차 매각예정가를 둔 협상도 실패할 경우 그 뒤 6개월 내에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6개월 내에 매각이 되지 않으면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다시 살아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39는 검찰수사나 받아라/
국민세금이 3조원이나 들어 갔는데...
삼구는 아웃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