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불씨 여전…신동주 반격카드는?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에 완패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별도의 주총 소집 등을 검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사업은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본 내가 이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역시 내가 일본을, 신동빈 회장이 한국을 담당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형제의 난을 촉발시켰던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해 한국과 일본을 명실공히 아우르고 있다.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주총회의 안건에 찬성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뜻이 아버지의 뜻과 함께 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당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안건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 임명 등 경영 투명성과 관련된 2건으로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주주들의 표심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현 경영진이 더 나은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반격을 암시하는 듯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통해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돌연 한국으로 들어와 두문불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총 소집 가능성 있지만 현실성 떨어져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측의 주장대로 우호지분이 대거 신동빈 회장 측으로 넘어간 점이 확인되면서 주주총회 소집 요구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주주총회가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탓에 정확한 주주들의 참석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심을 확인할 수는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28.1%는 잘 알려진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 주주인 광윤사가 갖고 있다. 임원들이 제어할 수 없는 일본 자회사들이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사주협회(종업원지주회)가 27.8%를 보유하는 삼각 구도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14% 정도는 임원 지주회 6%와 개인 지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주총의 향배는 우리사주협회 손에 달린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 강한 광윤사의 28.1%와 신동빈 회장 측이 장악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사주협회의 27.8%가 팽팽하게 맞붙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협회의 표심을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일제히 자신들 편에 설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의 표대결이 비등비등해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신동빈 회장이 과반 이상을 크게 넘는 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완패했다.
결국 가뜩이나 한·일 롯데 사장단이나 노조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상황인데 롯데홀딩스의 우리사주협회 역시 신동빈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은 향후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카드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능성은 있지만 ‘해 봤자’라는 얘기다.
다만 주총 안건이 경영권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는 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을 통해 신동빈 회장 등 현 이사진을 해임하고 본인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한 기존 이사진을 복귀시키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을 소집한다면 일본 상법상 지분 3%를 모아 임시 주총을 소집해 이사진 교체 안건을 통과시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주총 소집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직접적인 언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가능성에 그친다. 주총에서 완패한 만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남은 것은 소송전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해 무효 소송 등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L투자회사의 대표에 오른 신동빈 회장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겨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의 대표 이사 자리에 올랐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취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역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신동빈 회장의 일련의 대표이사 취임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전이 벌어지면 기존에 신동빈 회장 측이 제기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송전이 벌어지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는 등기취소 소송과 문서위조죄 고소 등으로 반격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미 신동빈 회장이 9개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직인과 위임장을 제출했다며 일본 법무성에 새로운 등기변경 신청을 했다. 일본 법무성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언제고 역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법무성이 신동빈 회장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리면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는 것은 물론 사문서위조 범죄자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다. 명분을 잃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역시 모든 소송전의 핵심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영상이나 지시서를 공개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던 신동빈 회장의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의 지분 경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사실 애초부터 갈등의 불씨도 근본적으로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롯데 계열사에 대한 지분 차이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결국 지분 경쟁이 최종적인 해결책 아니겠냐는 얘기다.
여기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선다면 지분 경쟁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14.4%, 롯데제과 10.8%, 롯데칠성음료 4.1%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동빈 회장이 지분을 가진 비핵심 계열사 대부분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도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지주사전환에 나설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경영권을 노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회장과 계열사의 지분율이 28.45%에 달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이 10.78%에 달하고 있으며 롯데장학재단과 맏딸 신영자 이사장 지분까지 가세하면 22%에 육박한다.
이밖에 올해 초 기준 공시에 드러난 두 형제의 지분율은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상사 신동빈 8.4%-신동주 8.03%, 롯데건설 신동빈 0.59%-신동주 0.37% 등으로 비슷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경쟁을 벌이지 않더라도 웬만한 계열사의 주요 경영에 ‘딴지’를 걸 수 있는 지분으로서는 충분하다.
따라서 이 경우 결국은 몇 몇 계열사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가져가는 ‘계열 분리’가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차피 지분 보유량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 완벽하게 신동주 전 부회장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아버지·형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결국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계열 분리 카드를 내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직계 가족과 장기전을 이어나가는 것도신동빈 회장 측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부담들을 고려할 경우 신동빈 회장이 그룹 모태인 제과 쪽을 분리해 주면서 갈등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