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회장, 주식급락 시점에 경영권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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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내 주가 최저가일 때 장남에 주식 매도
▲ 지난해 12월 발생한 오룡호 사고의 책임이 있는 사조그룹이 3세 경영 체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해 12월 발생한 오룡호 사고의 책임이 있는 사조그룹이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주진우 회장이 회사 주가가 최저치를 찍은 시점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주식을 장남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에게 넘겼다. 회사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평가 차익까지 챙겨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2곳이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하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조그룹 오너일가는 ‘편법적인 부의 축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기막힌 시점 이용해 승계비용 절감
 
3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 회장은 지난달 19일 가지고 있던 사조산업 주식 50만주를 장남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이날 종가기준 주당 거래가격은 6만6000원으로 총 330억원치가 처분됐다. 같은 날 사조해표 역시 주 본부장과 사조시스템의 계열사 캐슬렉스제주에 보유주식 각각 15만주와 10만주씩을 넘겼다.
 
특이한 점은 주회장과 사조해표가 사조산업 지분을 넘긴 지난달 19일의 종가 6만 6000원은 최근 몇 개월 중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한 수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평균 10만원 내외를 호가하던 사조산업의 주가가 이처럼 갑자기 떨어진 것은 올해 2분기 반기보고서가 지난달 17일 공시된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18일 사조산업의 주가는 9만 5100원부터 시작됐지만 결국 종가는 6만9200원으로 급락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뜻이다.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2분기 매출은 전 분기 보다 4.57% 떨어진 2793억 원, 영업이익은 43.35% 떨어진 53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25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사조산업 주가 폭락하자 주식을 사겠다는 매도주문이 폭주했다. 이날 사도산업 주식 순매수량은 총 4만8858주로 올해 중 가장 많았다.
 
오너 일가도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주 회장은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사조산업 주식을 사조시스템즈에 매도하면서 장남에게 주식을 넘기는 비용, 즉 승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사조산업의 주가는 다시 반등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24일 6만 1700원선까지 떨어졌던 사조산업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7만4800원으로 올랐다. 이에 주 본부장과 사조시스템즈는 이번에 주 회장과 사조해표로부터 주당 6만 6000원에 사들인 주식 덕분에 약 8000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 주지홍 본부장 사조산업 후계자 낙점
 
장남 주지홍 본부장은 주진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던 인물이다. 주 본부장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2010년 만두제조업체인 사조 C&F 등기임원 등을 역임하면서 가업을 이어왔다.
 
주 본부장의 사조산업 지분은 올해 상반기 기준 1.87%다. 지난해 7월 사망한 차남 제홍씨의 지분 0.01%가 같은 해 11월 4일 주 본부장에게 상속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속법상 비혼인 상태인 자식이 사망할 경우 그 지분은 부모에게 넘어가지만 주 본부장이 대신 상속받은 것을 보면 주 회장 부부가 장남의 입지를 다져주기 위해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주 본부장은 2010년부터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2010년 42%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7.28%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4년 새 지분율이 5.28%p 늘었다.
 
◆ 장남 계열사 2곳 내부거래 ‘눈총’
▲ 장남 주지홍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2곳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2곳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사조그룹 전체 26개 계열사 중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제재 기준에 걸리는 계열사는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 사조산업, 캐슬렉스제주 등 4곳이었다. 이 중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는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으로 각각 47.28%,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2월14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법률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상장 계열사 30%, 비상장 계열사 2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만약 그 기업에서 매출의 12% 이상 또는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다.
 
사조그룹의 자산 총액이 2조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 제재 기준인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에는 미치지 못해 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 다만 오너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편법적인 부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주 본부장이 지분 47.28%를 가지고 있는 사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192억원 중 103억원(53.7%)을 내부거래로, 지분 51%를 보유한 사조시스템즈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126억원 가운데 71억원(56.5%)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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