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노조 통합 합의문 도출…하반기 희망 속 불안요소 여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은 합병 후에도 1사 2노조 체제가 유지돼 왔던 상황에서 벗어나 양대 노조가 통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노조와 NH농협증권 노조는 노조통신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12월 노조가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NH투자증권은 자산 기준 업계 1위의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했지만 양사 출신 직원 간의 임금 등의 제도 통합을 이루지 못해 2개의 노조를 유지해 왔다.
합의문에 따르면 노사는 오는 11월 말까지 통합 관련 제도적인 절차를 완료하고 12월 말까지 노조를 통합한다. 노사는 임금·직급 등의 제도 통합 및 정년연장을 포함한 단체 협약 등의 제도적 절차를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하는 데에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사는 노사 갈등의 한 축이었던 프런티어지점에 대한 추가 인력 배치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데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니어 직군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되고 1등 증권사 지위 구축을 위한 조직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도 조율된다.
NH투자증권 측은 세부 사항의 조율이 더 필요하지만 우선 제도 및 노조 통합에 합의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임금·복지 이원화에 미묘한 기류 여전
지난해 12월 NH투자증권은 주주총회와 합병등기를 거쳐 통합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9개월 가량 시간이 흘렀음에도 최근까지도 인사와 복지 등의 제도 통합이 전부 이뤄지지 않아 양사 출신 직원들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초 소형 증권사였던 NH농협증권 출신 직원들은 직급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대형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은 연봉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미묘한 기류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유한 분위기나 NH농협증권의 보수적인 분위기도 바로 섞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고, 특히 같은 사무실이나 같은 지점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보수와 대우가 다르다는 점은 차별에 대한 불만을 낳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이번 추석 상여금에 대해 NH농협증권 출신 직원들은 귀성비조로 30만원 정도를 매년 받던 것을 우리투자증권 방식대로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택하게 돼 불만이 제기됐다는 후문이 나왔다. 이 같은 불만 때문인지 결국은 양사 출신들이 예년의 관례를 각자 따르게 되자 이번에는 우리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의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과급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은 우리투자증권 급여 체계에 따라 성과급을 받았지만 이를 받지 못한 NH농협증권 출신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던 ODS본부가 프론티어 지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양사 출신들을 절반씩 배치한 것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우리투자증권 출신들은 서울 근무에 대해 오히려 반기는 등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NH농협증권 출신들은 구조조정 수단이라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어정쩡한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져 왔지만 2개의 노조와 줄다리기를 해야 했던 사측은 협상의 난감함을 호소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합병을 강력히 반대했던 우리투자증권 노조의 전례를 볼 때 과거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후 인사 및 급여 문제를 맞추는 데 1년 반 소요됐던 전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양대 노조와 사측이 대승적으로 제도 통합과 노조 통합 합의문을 이끌어내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NH농협증권이 진정한 화학적 결합으로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로 쏠릴 전망이다.
다행히 NH투자증권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의 2분기 실적이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으로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및 노조 통합은 이 같은 전망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면에서 직전 분기의 844억원에 비해 8.41% 감소한 77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임금체계 변경으로 인한 통상임금 과거 3년치 소급분 지급, 포스코플랜텍 관련 손상차손 등의 일회성 비용의 발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 매매 중개) 수수료 수익 증가와 합병 후 고액자산가들 고객 기반의 확대 등의 우호적 환경에 따른 자산관리 수익 증가라는 소득도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반기의 일회성 비용 지출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에는 NH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세를 점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에는 합병에 따른 판관비 증가 및 일회성 비용들 발생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비용절감이 이뤄지면서 펀더멘탈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5월 IT 통합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점이나 합병위로금 등의 일회성 요인 우려가 사라진 점도 실적 개선을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은행(IB)부문의 수익 증가,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수 7만명 돌파 등의 우호적 환경 속에서 그룹사 간의 시너지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아직 선언적 수준의 합의라는 점에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고유의 색채가 강한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사 합병 이후에는 각 조직 간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다수 은행들은 합병을 성사시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사 출신들을 번갈아가면서 수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은 NH농협증권의 1위 타이틀 수성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자산은 4조4954억원으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KDB대우증권 인수 후보들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NH투자증권은 1위를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석패한 KB금융은 현재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투자증권이 지난 1분기 기준 자산 4조2000억원인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경우 근소한 차이로 NH투자증권을 앞서게 된다.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미래에셋증권은 KB금융의 대항마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경우 자본금 7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특히 KB금융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던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참전으로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내심 바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가능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경우 NH농협증권은 큰 차이로 2위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독보적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는 NH농협증권으로서는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품을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나름 거뒀던 소득은 경영 능력보다는 시장 회복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독보적인 업계 1위를 향한 NH투자증권의 도전은 더욱 험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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