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도덕적 해이 종합세트 ‘집중 포화’
한국조폐공사, 도덕적 해이 종합세트 ‘집중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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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방만경영, 일감 몰아주기 성토의 장 열려
▲ 한국조폐공사가 방만 경영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사고 은폐 의혹까지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가 방만 경영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사고 은폐 의혹까지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조폐공사의 행태에 대한 성토의 장이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한국조폐공사가 인쇄 불량 사고를 덮기 위해 1억원을 들였다거나 전직 감사의 가족의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여당 의원들은 조폐공사의 부진한 수출사업 실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루 만에 나온 지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집중적인 비판이 이어지면서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국정감사 내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전직 감사 가족 기업에 16년간 일감 몰아줘”
이날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한국조폐공사가 전직 감사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를 기념주화 납품업체로 선정해 16년여 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원석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1992년에서 1994년 사이에 감사로 재직했던 한 육사 18기 예비역 소장의 아들이 설립한 귀금속 제조·가공업체를 지난 1999년 기념주화 납품업체로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당시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설립한 지 1년이 채 안 됐던 상태였다.
 
이 업체는 200년 월드컵 기념주화 은소전 납품업체로 선정됐고 2008년에는 메달·골드바 등 특수압인물을 취급하는 외주가공업체로 선정되는 등 16년 간 한국조폐공사와 거래를 이어왔다. 이 업체는 2014년에는 골드바 사업 납품계약을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해 연매출액 954억원을 기록하는 믿을 수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 업체와 한국조폐공사의 최근 5년간 거래규모는 2021억원에 달했고 총 거래건수 276건 중 경쟁입찰을 통해 따는 계약은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석 의원은 “한국조폐공사가 육사 출신 전직 감사의 아들 회사를 협력·납품업체로 선정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공기업이 전직 감사가 연관된 회사에 16년 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은 결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는 “외주가공업체 재평가를 실시해 자금·품질·생산 등 부적격 사유가 없는 업체를 골라내고 있고 골드바는 원래 내부 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의계약 업체를 선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 회계법인 감사에서 한정의견 판정을 받거나 한국조폐공사 자체감사에서도 미흡한 점이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 집중적인 비판이 이어지면서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국정감사 내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감사 지적사항 늘고 모범사례 줄고”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한국조폐공사 임직원들의 감사 지적사항이 크게 늘고 수출 실적이 크게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성린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 임직원에 대한 업무관련 자체 감사 지적사항은 최근 5년 간 3배 이상 늘었다. 2010년 39건에 그쳤던 지적사항은 지난해 131건으로 폭증했다. 올해에는 상반기까지 88건에 달해 지난해를 능가할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나성린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직원은 검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계약내용을 변경하고 폐품을 부당 처리한 혐의로 감봉 등의 징계조치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수출은행권 생산 조정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 8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임직원 모범사례로 선정된 건수는 23건에 불과해 크게 대비됐다. 2011년 4건, 2012년 5건, 2013년 8건, 2014년 6건 등 모범사례 건수는 해마다 두 자리수를 채 넘지 못했다.
 
또한 나성린 의원은 한국조폐공사의 수출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성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84억원이던 한국조폐공사의 수출사업 적자는 지난해 15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5년간 한국조폐공사의 수출사업 평균 적자는 91억4200만원에 달했다.
 
한국조폐공사의 수출 사업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은행권이나 주화, 보안용지, 전자여권 등의 수출 증대를 꾀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시장 공급과잉 등으로 시장가격이 하락하면서 한국조폐공사의 적자폭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심지어 목표 대비 실적율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38.5%였던 목표대비 수출실적은 2012년 108.1%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 57.8%에 이어 지난 6월말까지 15.1%에 그쳤다.
 
◆공기업의 과도한 남성 채용도 도마 위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올해 한국조폐공사가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남성과 여성이 각각 2600~2700여명씩 비슷하게 지원했지만, 최종 선발된 47명 중 39명이 남성으로 나타나 여성 채용률이 11%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에도 23명 중 14명을 남성으로 뽑아 남성 지원자 1236명과 여성 지원자 1499명의 비율과 크게 어긋난 채용률을 기록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이에 대해 기술직 등의 업무 특성상 남성 채용 비율이 높을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홍종학 의원에 따르면 사무직에서도 여성의 채용률은 남성의 채용률과 큰 차이를 보인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무직에는 여성이 2372명 지원했고 남성은 1481명만 지원했지만 임용 결과는 남성 8명과 여성 4명이었다.
 
이에 공기업인 한국조폐공사가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고 한국조폐공사를 금녀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여성 교육이 발달하고 있고 보수적·전통적 성 역할 관념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성별보다는 능력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종학 의원은 한국조폐공사가 비상임이사에 과도한 보수를 지급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홍종학 의원은 한국조폐공사가 6명의 비상임이사에게 월 179만원을 지급하면서도 고졸인턴에게 132만원 만을 지급하고 있다며 비상임이사에게 지나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여기에 홍종학 의원은 지난해 9월 임명된 비상임이사 4명 중 3명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과 관련이 깊은 인물로 나타났다며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골드바 사업에서 품질 인증을 하고 인증수수료를 받을 뿐인 한국조폐공사가 골드바 판매업체로 둔갑해 매출액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조폐공사
◆출근 안해도 성과급?…사고 은폐 시도 의혹도
이밖에도 선심성 성과급 지급과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출 등 방만 경영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2012년부터 3년간 전직지원제도로 출근하지 않는 직원 15명에게 13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도는 정년퇴직을 5년 앞둔 직원들에게 최장 1년까지 휴직 기간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출근도 하지 않아 한국조폐공사의 경영에 기여도가 거의 없는 직원들에게까지 성과급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선심성 예산지출 논란을 낳고 있다.
 
윤호중 의원은 “경영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않고 지급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문제”라면서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개선해 모범을 보이기를 바란다”고 꾸짖었다.
 
1천원권 인쇄 사고를 쉬쉬하고 이를 수습하는 데에 1억원을 들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한국조폐공사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1천원권 불량지폐사고를 8일이 지나서야 사장에게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최재성 의원에 따르면 이 직원들은 내부 감독자에게 보고한 시일 역시 3일이나 흐른 뒤였다.
 
이는 한국조폐공사의 생산관리 규정을 어긴 행위다. 생산관리 규정에 따르면 이례적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즉시 사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재성 의원은 직원들이 사고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보고 시점을 늦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한국조폐공사는 사고 수습을 위해 퇴직자와 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불량지폐 분류작업을 벌이고 외부인들에게 1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5년간 외부 인력을 단 한 명도 고용한 적이 없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한국조폐공사가 생산하는 주민등록증과 여권에서 1급 발암물질인 프랄레이트계 가소제와 포름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검사기관이 해당 원자재에 대해 대체재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한국조폐공사는 3년 째 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골드바 사업에서 품질 인증을 하고 인증수수료를 받을 뿐인 한국조폐공사가 골드바 판매업체로 둔갑해 매출액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범계 의원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2012년 골드바 사업 시행 이후 기록한 2307억원의 매출액 중 실제 인증수수료 1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도매업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범계 의원은 이 같은 실적이 ‘서류상의 매출’일 뿐이라며 실적을 부풀려 기획재정부의 경영실적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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