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치상으로 불구속 기소…정부, 日 금융사 국내 지점 점검 나서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선)는 한국인 여성 직원 A씨를 성추행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쓰이스미모토은행 서울 지점의 일본인 직원 B(33)씨를 지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미쓰이스미모토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1982년 한국에 진출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 규모가 8조원에 달한다.
복수의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 본사에서 서울 지점으로 출장온 B씨는 팀 회식 후 택시에 동승한 A씨를 강제로 껴안고 허벅지 밑으로 손을 집어 넣거나 “한 번만 안아봐도 되느냐”, “나는 네가 너무 좋다”면서 입맞춤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결혼식을 올렸던 지난해 9월부터는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한 조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신혼 6개월차이던 상태로 큰 충격을 받고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에 한 달여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인 A씨는 현재 병가를 얻어 쉬고 있는 상태고 B씨는 사건 발생 후 회사로부터 징계 해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A씨는 회사 측이 이후에도 A씨에게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치료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고 급여 미지급 등의 불이익도 받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휴직도 개인 연차로 쓰라고 해서 23일 정도 개인 연차를 내고 병원을 다니다가 회사에 강하게 항의하자 병가로 전환해 줬다”고 설명했다.
A씨는 “회사 측과 법무법인(김앤장)이 꾸준히 진정을 취소하라고 압박을 가했고 이에 불응하자 출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적힌 서류를 내라고 해서 소견서 등의 온갖 서류를 다 제출한 상태”라면서 “이러한 점들도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을 낸 상태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최초로 신고됐으며 경찰은 지난 6월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씨가 직접 사과하지도 않았고 사건 발생 한 달 반 정도 후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마저도 형식적 사과에 불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B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을 상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제추행으로 인한 상해로 판단, 강제추행이 아닌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해당 은행 지점에서 여직원의 외모와 신체 부위를 평가하거나 손님 주위에 젊은 여직원을 배치해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의 성희롱적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일본 특유의 ‘세쿠하라’ 문화가 재조명된다. A씨 역시 B씨 외에도 본점 소속 임원이 지난 2013년 출장을 왔을 때 프랑스 식으로 인사를 한다는 구실로 몸을 만지려 하는 일을 겪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쿠하라는 ‘Sex’와 ‘Harrassment’의 합성어로 성적인 괴롭힘을 가리키며 쉽게 말하면 직장 내 성희롱이다. 불쾌한 성적 발언이나 신체 접촉, 술 접대 강요 등이 이에 포함된다. 파워하라(Power+Harrassment·부하직원 괴롭힘)와 마타하라(Maternity+Harrassment·임신부 괴롭힘) 등과 함께 일본의 직장 내 3대 괴롭힘으로 꼽힌다.
일본 내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같은 음성적인 문화가 국내의 일본 지점에서까지 만연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부는 점검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집중 점검 대상은 국내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일본계 금융사들의 국내 지점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미쓰이스미모토은행 서울지점을 방문해 심층 점검에 나서고 유사 사례가 추가로 드러나면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른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들로 점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