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체제 확립할까…현물출자 유상증자

20일 재계에 따르면 부방그룹은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일반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유상증자는 내달 20일부터 12월 9일까지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부방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부방은 쿠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쿠첸 지분 300만주를 주당 2만7300원에 확보하는 대신 부방은 쿠첸 주주들에게 부방 신주를 지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청약과 신주배정의 대상은 쿠첸의 주주 중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로 한정된다.
발행 예정인 부방의 신주는 1152만여 주 규모로 현재 발행 주식 2435만여 주의 50% 수준이다. 신주 상장일은 12월 23일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사되면 부방의 쿠첸 지분율은 5.71%에서 33.79%로 올라간다.
부방은 쿠첸 유상증자에서 쿠첸 주주들의 응모 주식 총수가 300만주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수만큼 전부 매수하고 300만주를 초과할 경우는 안분비례 매수(고르게 나누어 매수)할 예정이다.
앞서 부방그룹의 리홈쿠첸은 부방을 지주사로, 쿠첸을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지난달 4일 코스닥 시장에 각각 재상장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성사되면 부방의 지주사 전환은 마무리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또한 총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도 50%를 넘어야 한다.
◆두 형제, 유상증자 참여 여부 주목
한편 이번 유상증자에 부방그룹 이동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참여할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두 형제의 참여 여부에 따라 승계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장남 이대희 쿠첸 사장은 부방 지분을 18.32% 보유하고 있고, 자신이 최대 주주(49.5%)로 있는 부산방직이 17.72%를 보유하고 있다. 차남 이중희 제이원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부방 지분을 12.69% 보유하고 있고 제이원인베스트먼트도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쿠첸 지분도 마찬가지의 구도다. 아버지인 이동건 회장은 지분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부방 지분이 한 주도 없다.
이에 장남과 차남 중 누가 쿠첸 지분을 내놓고 지주사인 부방 지분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향후 2세 경영 구도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부방그룹이 적통 후계자인 장남 이대희 사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희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쿠첸 주식을 모두 부방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율이 33.4%까지 오르게 된다. 이대희 사장이 최종적으로 부방 지분을 40% 가량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이대희 사장이 부방그룹을 이끄는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매수 예정 수량이 300만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중희 대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이대희 사장의 지분율이 그만큼 오르기는 힘들다. 이중희 대표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따라 이대희 사장의 후계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교통 정리 끝났을 확률 높다”

이 경우 이대희 사장은 밥솥 등의 전자 부문을 이끌고 이중희 대표가 알짜 계열사들이 포함된 부방 일부 관계사들을 이끄는 계열분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중희 대표가 부방유통 경영진에 합류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부방유통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물적 분할을 통해 알짜배기로 꼽히는 유통사업부를 떼어내고 신설한 비상장사다. 부방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부방의 유통사업부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률도 5%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방유통은 유통 및 전자 부품사업을 가져왔으며 박상홍 상무가 대표를 맡지만 이중희 대표가 모친인 정영자 여사와 함께 사내이사를 맡기로 했다. 이에 이대희 사장이 사업 분할 이후 쿠첸 사장을 계속 맡고 이중희 대표가 이처럼 부방유통 경영진에만 합류키로 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부산방직 활용법 전망 엇갈려
다만 이대희 사장의 부산방직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부산방직은 부방 주식을 17.72% 보유한 2대 주주로 부산방직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최대주주인 이대희 사장의 부방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부산방직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부산방직이 섬유산업의 업황 부진으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대희 사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방직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연구소를 신설했음에도 연간 투자 비용이 2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부산방직의 현주소를 말해준다는 평가다. 이에 부산방직이 쿠첸의 보유지분을 부방의 신주로 바꿀 것이 아니라 신규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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