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과 난항 사이…대기업들 ‘각양각색’ 승계 현황
순항과 난항 사이…대기업들 ‘각양각색’ 승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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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맑음…롯데는 안갯속
▲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와병으로 쓰러진 삼성전자 이건희 사장의 빈 자리를 메꾸면서 승계 구도를 확정한 지 오래다. ⓒ뉴시스
올 한해 주요 대기업들의 승계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그룹별로 각양각색인 승계 현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한해 굴지의 대기업들은 저마다 승계 작업을 확정하거나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 그리고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차근차근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롯데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형제간의 다툼이 벌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재벌 총수 일가의 각양각색 승계 작업 현황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8부능선 넘어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와병으로 쓰러진 삼성전자 이건희 사장의 빈 자리를 메꾸면서 승계 구도를 확정한 지 오래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재편을 주도하면서 주요 핵심 사업을 이끄는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상당수 마쳤다는 평가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으면서 상징적인 리더직에도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논란 끝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까지 성사시키면서 그룹 지배력을 한층 높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 16.54%를 확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1%)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5.51%)에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까지 더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 측 지분율이 40%에 육박한다.
 
여기에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등 많은 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승계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확보 면에 있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4.1%의 삼성전자 지분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해 이건희 회장의 지분 3.38%를 물려받는 데 들 막대한 자금이 승계의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여기에 삼성생명 지분 20.76%의 향배까지 이재용 부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면 사실상 승계는 마무리된다.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속 자금은 지난해 상장시킨 삼성SDS 지분을 활용하거나 삼성SDS를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방안 등으로 해결한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속도 낼까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역시 지난 9월 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 승계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당시 매입한 현대차 지분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440만주 중 316만여 주로 매매대금은 5000억원에 달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제로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1.44%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이 지난 1년 동안 주력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각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승계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기간 중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이노션 지분을 팔면서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도 12% 가량 확보, 지분가치상으로 7000억원이 넘는 실탄도 아직 쥐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따라서 순환출자 구조 중 현대모비스 지분의 확보가 곧 경영 승계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간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1.75%를 들고 있는 데 그쳐 승계 작업이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고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을 볼 때 정의선 부회장이 서서히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물론이고 아직 20% 가량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나 2% 가량의 이노션 지분 등 동원 여력도 남아 있다.
 
▲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분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롯데그룹
◆롯데가, 진흙탕 싸움 한창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분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 신격호 회장 쪽으로 향했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느새 그간 침묵을 지키던 신동주 회장이 공세를 가하고 신동빈 회장 측이 수성에 나서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낱낱히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직에서 해임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두 형제의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신동주가 50%, 신동빈이 38.8%,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신동주·신동빈의 어머니)가 10%, 신격호 총괄회장 약 1%, 장학재단 0.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현재까지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 내역을 살펴보면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10.7%), 5개 관계사(20.1%), 가족(7.1%), 롯데재단(0.2%) 등이다.

가족 지분율이 신격호(0.4%), 신동주(1.6%), 신동빈(1.4%)으로 미미한 점을 고려하면 신격호-신동주, 신동빈 양 진영 모두 자신의 지분으로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광윤사와 그 관계사 등 ‘자기편’의 지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의 장남 한화큐셀 김동관 상무(오른쪽)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승계 구도에 청신호는 들어오는데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한화그룹
◆김동관·박세창, 아직은 갈 길 멀어
반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한화큐셀 김동관 상무는 승계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기는 하다. 최대주주인 한화S&C의 기업가치가 날로 제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태양광 사업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며 경영 일선에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동관 상무가 지주사인 한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지주사 한화가 주력회사인 한화케미칼과 한화생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은 22.65%지만 김동관 상무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김동관 상무가 최대 주주인 한화S&C의 한화 지분 2.2%를 감안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지주사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화 지분 확보를 위해 한화S&C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대체적으로 힘을 얻고 있는 방법은 한화S&C의 기업가치를 높여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이를 활용해 현금을 조성, 한화 지분을 물려받는 방안과 한화S&C·한화의 합병이다.
 
지난해 삼성SDS 상장 당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실탄을 쥘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던 것이나 비록 경영권 승계의 예는 아니지만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 C&C와 SK를 합병하면서 옥상옥 구조를 해소함과 동시에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했던 방안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두 방안 모두 한화S&C의 기업 가치 제고가 우선시돼야 하고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상무의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한화의 지난해 매출은 40조원에 육박하지만 한화S&C의 매출은 4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면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합병한다고 해도 김동관 상무 등에게 돌아가는 한화 지분은 크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힘을 쏟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도 김동관 상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승계 구도에 청신호는 들어오는데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보유 지분을 팔아 SPC를 설립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할 SPC 지분만 물려받으면 되는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지만 아직은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다. 박세창 부사장이 나이도 젊고 박삼구 회장이 재계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직은 승계가 먼 얘기라는 얘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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