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효과’·‘버티기’·‘SUV 강화’…3社3色 전략 눈길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까지의 자동차 3사의 올해 점유율은 18.5%에 불과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는 수입차의 공세 속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이 70%를 밑돌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점유율 순위는 현대차 38.3%, 기아차 29.0%, 한국GM 8.8%, 쌍용차 5.3%, 르노삼성 4.4%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자리매김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저력은 판매 부진과 이미지 실추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분기 월별 점유율 64.9%로 지난 2006년 7월 이후 9년 만에 월별 점유율 65% 선이 무너졌지만, 신흥시장과 독일 등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달성하는 등 지난 3분기 전세계 점유율 8.8%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 등을 이겨내고 판매량 기준 글로벌 5위 자리를 지켰다.
거센 공세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을 70% 아래로 끌어내린 수입차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이 몫을 차지하기 위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반격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의 생존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신차 효과 톡톡’…한국GM 겹경사
최근 들어 내수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한국GM이다. 하반기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스파크와 임팔라, 트랙스 등의 신차들은 한국GM의 9월 내수 판매를 올해 최고치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 8월 국내에 출시된 GM의 베스트셀러 세단 임팔라의 흥행은 세단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그간 한국GM은 수 차례 철수설에 휘말려 왔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잊을 만하면’ 철수설이 나왔다. 세르지오 호샤 당시 한국GM 사장이 수 차례에 걸쳐 한국 공장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전세계적으로도 지나쳐 국내 물량이 인도 등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철수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마법과도 같던 임팔라 출시를 계기로 상황이 크게 호전되는 분위기다. 1958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1600만대가 판매된 GM의 간판 세단 임팔라는 9월 총 1634대가 판매돼 경쟁차량인 기아차의 K7과 르노삼성의 SM7을 모두 제쳤다.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의 그랜저에 이은 2위의 성적으로 한국GM 역사상 플래그십 모델 중 역대 최고를 찍었다. 한국GM의 플래그십 세단의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9월에만 6214대가 판매된 신형 스파크 효과까지 겹치며 한국GM은 지난 9월 내수 판매량에서 전년 대비 30.9%가 증가한 1만1695대를 기록했다. 임팔라가 흥행 돌풍을 이어갈 경우 조만간 부평 공장에서 생산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중이다. 한국GM은 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8년 만에 10% 점유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겹경사가 겹치면서 한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경영진 체제도 교통정리가 마무리된 모양새다. 한국GM은 지난 20일 제임스 김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GM 사장 겸 CEO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3년여 동안 사장직을 수행해 왔던 세르지오 호샤 사장 겸 CEO는 한국GM 회장으로 격상된다.
지난 6월 제임스 김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만해도 업계에서는 의아한 시선이 주를 이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출신인 제임스 김 사장이 기존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투톱 체제를 이루는 모양새가 어딘가 어색했다는 점에서다. 제임스 김 사장은 기존에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총괄하던 부문 중 5개 부문을 맡아 실질적으로 별도 체제가 꾸려졌다.
특히 과거에도 두 명의 사장 체제가 유지됐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COO자리까지 새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회사 측의 부인에도 GM이 사실상 구조조정·회생 전문가로 불리던 제임스 김 사장을 강성 노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세르지오 호샤 사장 대체자로 앉힌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경질되지 않고 회장으로 격상되면서 자연스레 불안한 동거 체제가 정리되는 모양새다. 실적 호조와 더불어 이와 같은 내부 교통 정리는 당분간 한국GM의 철수설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반적인 자동차 판매 부진 속에서 지난해부터 홀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 온 르노삼성은 하반기 신차 출시 없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꼴찌로 추락한 르노삼성은 경쟁사들의 신차가 몰렸던 올해 하반기가 아닌 내년 상반기를 신차 출시 시점으로 정조준하면서 기존 고객층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버티기에 돌입, 내년 초 반등을 위한 와신상담 중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거의 매월 전년 동기에 비해 개선된 내수 성적표를 받아들어 왔다. 실제 올해 9월까지 르노삼성의 누적 판매량은 5만6765대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특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소형 SUV QM3의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르노삼성의 QM3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월 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으며 지난 달에도 내수 판매 6604대 중 2306대가 QM3였다.
올해 하반기 르노삼성은 신차 출시가 집중될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고객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면서 ‘버티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르노삼성은 10월 중 QM3를 출고하는 고객에게는 차체를 장식하는 데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간판 모델인 SM5와 QM3를 구입하는 운전자에게 36개월 기준 0.5%의 초저금리 할부를 제공하고 보증연장·운전자보험·신차교환프로그램 등이 담긴 밸류박스를 제공한다. 연말까지 프리미엄 옵션을 무상 제공하는 아트컬렉션II 행사도 진행된다. 여기에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흔들고 있는 폭스바겐 사태의 반사이익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르노삼성의 버티기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SM 시리즈, 특히 SM5와 SM3의 판매 부진은 고민거리다. SM5는 월간 판매량에서 7월 1981대, 8월 1623대, 9월 1575대로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고 SM3는 7월 1359대, 8월 1280대, 9월 1123대로 역시 하락세다.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QM3 역시 쌍용차의 티볼리에 밀리며 2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신차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내년 중형 세단 탈리스만을 출시할 예정이다. 탈리스만은 르노 본사와 르노삼성이 독일차를 겨냥해 공동 개발한 고급세단으로 르노삼성이 소형 차종에서 준대형차 시장까지 아우르게 할 수 있을 카드라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산 공장에서 본격 생산된다.
또한 르노그룹이 유럽에서 판매중인 소형 해치백 스타일의 클리오와 미니밴 에스파스의 수입·판매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특히 클리오도 내년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는 얘기를 내놓고 있다. 클리오까지 출시되면 르노삼성은 내년 소형차 클리오에서 대형차 SM7까지 승용차 부문에서 풀라인업을 갖추고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쌍용차의 올해 키워드는 역시 SUV다. 특히 쌍용차는 내수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티볼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티볼리 효과로 쌍용차는 만년 꼴찌에서 르노삼성을 제치고 올해 누적 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이미 9월까지의 판매량(6만9243대)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6만9036대)을 넘어섰다.
쌍용차의 9월 판매량은 8106대로 이 중 3625대가 티볼리였다. 코란도스포츠(2311대)와 뉴 코란도C(1037대)와 렉스턴W(579대) 등에 비해 월등한 실적이다. 내수 시장에서 업계 최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는 올해 9월까지 총 6만9243대를 판매해 지난해 9월까지의 판매량에 비해 4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이 티볼리라는 점에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올해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이달 초 3만대 고지를 돌파했다. 한 달 평균 3000대 이상이 판매된 셈이다. 특히 소형 SUV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엔트리카(생애 첫 차) 시장을 겨냥한 것이 주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는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SUV 경쟁력을 더욱 키워 SUV 명가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뉴 코란도C와 렉스턴W 등 SUV 전 라인업을 유로6(배기가스 환경기준) 모델로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것은 물론 내년 초 티볼리 롱바디 모델도 출시한다. 지난 2일에는 코란도 투스리모에 아웃도어 에디션을 추가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이미 넘어선 쌍용차는 올해 내수 판매 10만대 달성을 목표로 국내영업본부 전 직원이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는 티볼리 가솔린 및 디젤 모델과 코란도 C LET 2.2, New Power 렉스턴 W, 코란도 투리스모 등 유로 6로 업그레이드된 SUV 전 라인업을 기반으로 올해 내수 판매 목표 1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결의했다.
전반적인 내수 판매 호조 속에 지난 3월 이유일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최종식 사장 체제의 남은 과제는 해외 판매 부진 극복이다. 쌍용차는 지난 6월 티볼리 론칭 행사를 가졌고, 이달에는 티볼리 디젤을 유럽 시장에 선보이는 등 해외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 현지 딜러망도 늘릴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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