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전, KB금융 웃음짓는 이유
대우증권 인수전, KB금융 웃음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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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구조조정 이슈 제기…중소형 규모 오히려 득 되나
▲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온 KB금융이 잇단 호재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2조원대 대형 매물인 대우증권 인수전에 한국투자금융지주까지 뛰어들면서 3파전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온 KB금융이 잇단 호재로 웃음을 짓고 있다.
 
28일 대우증권 노조 측에 따르면 전날 한국투자증권 노조는 대우증권 노조와 함께 대형 증권사간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연대 투쟁을 결의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현대증권 노조도 동참했다.
 
특히 노조 측이 지목한 인수 반대 후보에 KB금융이 빠져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노조 측은 대형 증권사간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양 증권사 모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의 인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우증권과 중복되는 부문이 상당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성명서에서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매각에 입찰함으로써 대우증권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의 노조원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심각한 생존권 위기에 처하게 됐다”면서 강력한 반대 투쟁 방침을 이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 성명서에는 “증권노동자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인수주체 선정에 대해 결사 반대”, “인력구조조정 수반이 예상되는 일반 대형증권사 입찰 저지”, “증권사 매각 등 지배구조 변경 시 증권노동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지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형 증권사 합병, 구조조정 불가피해 반대”
미래에셋증권이 1조원대의 유상증자로 대우증권 인수전 참전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노조 측의 대형 증권사 인수 반대 움직임은 크게 감지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에는 노조가 없어 연대가 불가능했다.
 
사측과 노측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노조가 있는 것과는 단결력에서 천지차이다. 이에 대우증권 노조 측은 대형 증권사 인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종업원 지주사 등을 통해 직접 입찰에 참여하거나 인수 과정에서의 참여를 요구하는 쪽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행의 무성의를 질타하며 대우증권 노조 측이 매각 실무 협의체에서 탈퇴하고 인수 과정에서의 참여 대신 투쟁 노선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사실상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한국투자증권 노조와 대우증권 노조의 연대가 이뤄졌다. 여기에 뜻을 함께 하는 주요 증권사들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공동 성명서가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반면 KB투자증권 노조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번 연대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그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에 업계 17위에 그치고 있는 KB투자증권의 규모가 오히려 인수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증권 노조 측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인데 대우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자본금만 커질 뿐 합병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겹치는 사업이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KB투자증권에 대해서는 “KB금융의 경우 계열사인 KB투자증권이 규모가 작고 겹치는 사업이 없어 구조조정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 노조는 대우증권 노조와 함께 대형 증권사간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연대 투쟁을 결의했다. 노조 측이 지목한 인수 반대 후보에 KB금융이 빠져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KB금융, 대안 있는 미래에셋·한국투자보다 절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0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도 2조5500억원(유상증자 이후 3조7000억원 가량) 정도다.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증권보다는 자기자본 규모가 작지만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7조원대에 가까운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둘 다 인수에 성공하면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의 4조4979억원을 크게 뛰어넘게 된다.
 
양 사는 직원 수도 상당하다. 대우증권의 전체 직원수는 6월 말 기준 계약직 500명을 포함해 총 3053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정규직과 계약직을 합해 1773명이고 한국투자증권은 2445명이다.
 
반면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100억원 가량으로 양 사에 크게 못 미친다. 직원수도 531명 가량이다. 아무래도 예상되는 구조조정 규모의 급이 다르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당국이 치열한 선두 다툼보다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더욱 바라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노조 측이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할 경우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나 이번 성명서처럼 특정 후보가 쏙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한 쪽으로 분위기가 치우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 현대증권 매각이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대형 증권사 매물이 다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 사는 굳이 대우증권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압도적인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살아났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대로 대우증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면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할 경우 총 자기자본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하게 될 예정이다.
 
반면 KB투자증권 입장으로서는 대우증권이 아니면 사실상 총력을 기울인 의미가 없다. 현대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채 4조원이 되지 않아 업계 1위를 노릴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에 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전을 대하는 자세가 양 사에 비해 더욱 절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과거 현대증권 입찰에서 양 사가 일제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또한 과거 중소형 증권사인 NH농협증권이 대형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집어 삼킨 이후 수 백여명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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