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의 협상 결국 사실상 무산…투자자 찾기 다시 원점으로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광구 행장은 내달 유럽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관심을 보일 인수후보를 찾기 위해 영국 런던 및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여는 투자설명회에 직접 나서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 아래 다섯 번째로 민영화를 추진해 왔지만 매각 방식까지 변경하면서 중동 지역 투자자들과 협상을 벌여왔음에도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과 우리은행은 여러 차례 투자 여부에 긍정적인 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이광구 행장이 유럽으로 향했다는 것은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정부와 우리은행이 구체적 성과도 없이 안일하게 대처하다 결국 민영화 작업이 ‘요란한 빈 수레’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동과의 협상, 저유가 변수에 중단
지난해 8월부터 매각 협상해 온 중동 지역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우리나라와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실상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특히 상당 부분 진척을 봤던 것으로 알려졌던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 ADIC 역시 최근에는 관심을 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ADIC는 공적자금위원회가 과거 고집하던 경영권 지분 일괄 매각안에서 과점매각안으로 선회하면서 투자의향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중동으로 출장을 떠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했다. ADIC를 포함한 3개 국부펀드가 우리은행 지분 15~30% 가량을 나눠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우리나라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저유가 기조가 더욱 심화되면서 중동 지역 투자자들의 입장도 급격하게 변했다. 협상 초반 두바이유는 배럴당 40달러대였지만 최근에는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줄줄이 소속 국가 재정이 적자가 예상되는 중동 국부펀드들은 잇따라 글로벌 투자펀드 자금을 회수하고 신규 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중동 지역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새 투자자 찾기에 나섰다. 당장 이광구 행장이 내달 영국과 독일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돌며 직접 투자설명회를 연다.
◆국제 정세도 비우호적

취임 당시 2년 내에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광구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도 꼭 민영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직접 출장에 나서는 것은 물론 앞서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는 은행 전반을 통솔하던 이광구 행장이 각 그룹장에게 운영권한을 나눠줘 민영화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까지도 나왔다.
하지만 저유가로 중동 투자자들과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이후부터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협상이 없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향후 투자 가능성이 되살아날 확률도 낮다.
여기에 지난해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적인 인수합병(M&A) 시장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정부는 그나마 유럽 쪽이 유동성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관심이라도 보이는 특정 후보가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다.
◆요지부동 주가에 헐값 매각 논란도 부담
만약 투자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문제다. 우리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4조원을 훌쩍 넘지만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 있다.
공적 자금 회수 마지노선은 주당 1만3500원이다. 현재 과점주주 매각방식에 따르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매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곧 매각가다. 정부가 일부 손실이 있더라도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적어도 1만원 선은 돼야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11일 우리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140원(1.64%) 내린 8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이 주가를 조금이라도 띄우기 위해 자사주 소각과 중간 배당 등 온갖 방안을 다 동원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중동 투자자들과의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협상에서 철수하지 못한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지만 이미 중동 투자자들과의 협상 소식에도 주가는 변함이 없었다. 유럽 등지에서 열 계획인 투자설명회를 통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역시 앞선 사례에 비춰보면 상승 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은 물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대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이 확보돼 있음에도 주가가 8500원 안팎으로 낮아 저평가됐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매각이 가시화될 경우 주가가 1만원대로 올라서면 중동 투자자들이 원했던 15% 가량의 수익률도 쉽게 달성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각종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 달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플랜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어 이광구 행장의 유럽행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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