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 ‘일본계’ 혹 떼려다 혹 붙이나
아프로, ‘일본계’ 혹 떼려다 혹 붙이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한국화 착수…배당금 일본 계열사 유출 우려도
▲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최근 숙원이든 ‘일본계’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러시앤캐시를 필두로 국내 최대 대부업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최근 숙원이던 ‘일본계’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상환우선주(CPS)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일본계 아프로파이낸셜이 보유한 3개 대부업체 지분과 사업권을 인수해 지배구조 최상단의 국적을 한국으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재일교포 3세 최윤 회장의 숙원이기도 하다. 국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본계와 대부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해 끊임없이 국적 논란에 시달려 온 최윤 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온전히 한국계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본 계열사들의 국적만 한국으로 바뀔 뿐 오히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적지 않은 배당금이 일본 계열사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일본계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꼼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윤 회장, 일본계 꼬리표 ‘이젠 안녕’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J&K캐피탈은 최윤 회장이 지난 2004년 일본 법원에 매물로 나온 A&O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설립했다. 당시 일본 법원이 일본 소재 법인만 A&O인터내셔널을 인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O그룹 인수에 성공했음에도 일본 법인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어 이후 일본계 대부업이라는 꼬리표가 최윤 회장을 따라다녔고, 최윤 회장은 일본계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태권브이와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로 널리 알려진 OK저축은행이 단적인 예다. ‘OK’라는 이름은 ‘오리지널 코리아’의 약자이고 최윤 회장은 지난 2014년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예나래 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일본계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아닌 850억원의 사재를 털어넣어 아프로서비스그룹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최윤 회장은 공공연하게 일본계라는 편견을 떨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역시 일본계 꼬리표를 떼내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한국화’ 시나리오의 핵심은 상환우선주다. 의결권이 없는 상환우선주는 상환을 전제로 발행하는 주식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자금을 상환하고 돌려받은 주식을 소각해야 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일본의 J&K캐피탈이 보유한 일본의 아프로파이낸셜이 보유한 미즈사랑, 러시앤캐시, 원캐싱 등의 대부업체 지분을 사오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지주사 역할을 맡을 신설 회사를 설립해 이 지분을 넘기면 국내 업체들의 지주사가 J&K캐피탈이 아닌 신설회사가 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러시앤캐시 등의 지주사가 국내 법인이 된다.
 
◆자금 조달 주체가 日법인…배당금만 수 백억?
 
▲ 최윤 회장은 이번에 숙원이던 일본계 꼬리표를 완전히 떼낸다는 방침이지만 적지 않은 배당금이 일본 계열사로 흘러가게 돼 꼼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시스
하지만 상환우선주를 가져가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는 곳이 일본계 아프로파이낸셜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은 앞서 지난달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발행한 15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 대부분을 인수했다. 이어 이번에도 1조3000억원 중 1조2000억원 가량을 인수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총 1조4500억원 중 1조3500억원을 아프로파이낸셜로부터 받는 구조다. 나머지 1000억원 어치 가량은 주관사인 대우증권과 HMC투자증권이 유동화할 예정이다.
 
이에 현재 배당률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아프로파이낸셜은 매년 수 백억원 규모의 배당을 지급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아프로서비스그룹이 국내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던 일본 지주사에 배당을 한 차례도 한 적이 없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결국 지배구조의 국적만 정비한 채 국내 계열사로 돈을 벌어 일본 법인에 배당하는 모양새가 그려진다. 모양은 보기좋게 바뀌지만 실익은 일본 계열사가 취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실제 배당이 이뤄지는 시점에 롯데그룹을 둘러싼 일본계 논란이 아프로서비스그룹에도 재연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 경우 꼼수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최윤 회장은 일본계 논란이 불거질 때 일본계인 J&K캐피탈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회사 설립 후 단 한 차례도 자금을 조달하거나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배당금이 지급되면 자가당착에 빠질 우려가 있다.
 
◆“선택지 별로 없었을 것” 반론도
물론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서도 항변할 여지는 있다. 우선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인 계열사들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프로파이낸셜이 교환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또한 더욱 좋은 모양새가 나오려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어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부채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국내에서 돈을 빌려 대부업을 확장한다는 비난이 나올 것을 우려, 주식형으로 자금을 조달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최윤 회장의 부담을 지나치게 키운다. 투자자를 유지할 경우 최윤 회장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전환상환우선주(RCPS)도 차입 성격이 강하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도 상장사가 아니어서 녹록치 않다. 결국 아프로서비스그룹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번 한국화 시나리오를 위해 상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데에 따른 수수료나 세금 등 부대비용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주·예나래 저축은행 인수에 들어간 850억원까지 감안하면 1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일본계 꼬리표를 떼기 위해 사용한 셈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굳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만큼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