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바클레이즈, 39년 만의 국내 철수 여파는
英 바클레이즈, 39년 만의 국내 철수 여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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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철수 방침에 임직원 반발…타 외국계 금융사들도 고심
▲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은행과 증권 부문 한국지점을 폐쇄하고 39년 만에 서울에서 완전 철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바클레이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후원사로서 국내에서도 친숙한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은행과 증권 부문 한국지점을 폐쇄하고 39년 만에 서울에서 완전 철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은행과 증권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바클레이즈 영국 본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바클레이즈는 천 명의 인력을 줄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투자은행 부문에서 수 십억 파운드의 비핵심 자산 처분에 나섰다.
 
이에 바클레이즈 본사는 최근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일부 거점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대만 등지가 철수 대상에 속한다. 고명섭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 주식영업 대표는 최근 고객들에게 서한에서 “한국 지점도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클레이즈가 갑작스러운 철수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기로 하자 직원들은 역대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철수 절차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는 SC나 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이 바클레이즈의 완전 철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진출 39년 만에 완전 철수할 듯
바클레이즈의 국내 영업 역사는 40여년에 달한다. 300년 전통의 바클레이즈는 2014년 기준 자기자본 10조원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 1977년 서울에 은행 지점을 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996년에는 증권 서울 지점도 개설했다.
 
증권 지점은 서울지점 설치 이후 유가증권 매매와 중개 면허를 보유하기는 했지만 IB업무 외에 별다른 영업을 하지 않다가 지난 2011년 주식 영업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은 2011년부터 영업순손실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180억원의 손실을 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IB 및 국내 IB들과의 경쟁 심화 탓이다. 앞서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은 IB부문을 철수키로 한 바도 있다.
 
은행 서울지점 쪽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바클레이즈 은행 서울지점의 당기순이익은 202억달러 가량으로, 자기자본수익률은 4.02% 정도로 기록됐다. 국내의 타 유럽계 은행에 비하면 나쁘지는 않지만 바클레이즈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성에 회의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철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은 향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나 일부 국내 대기업 대상 외환·이자율·파생상품 거래 자산 등을 타 금융기관에 넘기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작업에 2~3년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업 인가 반납 시점을 2018년 정도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경우 자산·부채규모가 1000억원 가량에 불과해 연내 증권업 인가 반납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수 달 전부터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거래를 줄이고 부문을 축소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바클레이즈의 철수 방침이 알려지면서 타 외국계 금융사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바클레이즈
◆직원들 반발 속 노조까지 출범
다만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게된 직원들의 반발은 앞으로 바클레이즈가 넘어야 할 산이다. 바클레이즈 은행과 증권 서울지점의 전체 임직원은 100여명 정도다.
 
금융투자업계에 다르면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직원 56명의 절반 가량이 최근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라는 통보를 사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반발한 증권 서울지점 직원들 대다수는 전국민주금융노조 주한외국금융기관 노조분과에 신규 노조로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은행 서울지점 직원들도 노동부에 노조가입 신청을 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국내 진출 역사상 첫 노조 결성이며 바클레이즈 본사 차원에서도 노조 활동이 활발한 영국 외의 노조 설립은 서울지점이 최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본사의 부당해고 철회와 사업부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위로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클레이즈 측이 제시한 위로금은 14개월치의 급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타 외국계 은행이 철수할 때 제시한 위로금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2005년 철수한 내셔널호주은행(NAB)는 근속연수의 2배에 20개월치의 급여를 제공했다. 캘리포니아유니언 역시 동일했다. 지난해 철수를 공식화하고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의 RBS(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는 근속연수의 1.5배에 24개월치의 급여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적다는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바클레이즈의 제시안이 사실일 경우 근속연수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14개월치의 급여만 지급된다. 갑작스러운 퇴직 통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임직원들 입장에서 이 같은 퇴직금 규모가 또 하나의 불씨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강제 휴가와 함께 퇴사를 종용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타 외국계 금융사들에 미칠 영향도 주목
바클레이즈의 철수 방침이 알려지면서 타 외국계 금융사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바클레이즈의 철수로 타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성을 재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당수 외국계 금융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현지화 부진으로 사업을 정리하거나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저금리 기조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 경쟁 격화 등 국내 시장 업황이 외국계 금융사들에게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영국계 SC은행은 지난 2014년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J트러스트에 매각했고 SC증권은 SC은행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변화를 단행했다. 또한 1000여명 가량을 특별퇴직 형식으로 감원하기도 했다. 씨티그룹 역시 최근 씨티캐피탈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매각했다. 이에 양사는 꾸준히 철수설에 휘말렸다가 해명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한국 사업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도이치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 규모를 크게 줄였고 호주의 맥쿼리그룹도 한국IB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ING증권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던 싱가포르의 BOS증권은 적자폭이 늘어나자 아예 증권업 인가증을 반납했다.
 
한편 바클레이즈 관계자는 22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본사 차원에서 내려온 공식 입장도 없고 심지어 철수도 공식화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나 직원들과의 협상 역시 확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IB 부문 철수가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철수가 공식화된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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