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말바꾼 KT&G, ‘치킨게임’ 우려 해소됐나?
1년 만에 말바꾼 KT&G, ‘치킨게임’ 우려 해소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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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 正道 벗어나”…“외산담배 가격 다시 올릴 것” 결과는 정반대
▲ KT&G는 자사가 판매하는 담배 5개 제품(다비도프 클래식·블루, 토니노 람보르기니·아이스볼트GT·구스토 등)의 가격을 200원 인하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KT&G가 자사가 판매하는 담배 5개 제품(다비도프 클래식·블루, 토니노 람보르기니·아이스볼트GT·구스토 등)의 가격을 200원 인하한 데 대해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앞서 가격인하 정책을 펼친 외국계 담배 회사에 대해 ‘정도를 벗어난 편법’이라고 비판함은 물론, 가격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1년 만에 말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외국 담배회사가 다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백복인 KT&G 사장의 예측은, KT&G의 가격인하로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오늘(25일)부터 KT&G의 다비도프 시리즈 2개 제품(클래식, 블루)과 람보르기니 시리즈 3개 제품(토니노 람보르기니, 아이스볼트GT, 구스토) 등 총 5개 제품에 대한 가격을 기존 47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인하됐다.
 
두 제품은 각각 글로벌 기업인 ‘임페리얼 타바코 그룹’, ‘토니노 람보르기니’ 등과 라이선스 체결을 맺고 KT&G가 판매하고 있다.
 
다비도프는 클래식은 2010년 7월, 블루는 2011년 2월 각각 출시된 이후 2014년 8월 리뉴얼을 거쳤으며, 지난해 1월 담뱃값이 인상될 당시 25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라 현재까지 판매됐다.
 
람보르기니 시리즈인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2012년 출시 당시부터 2700원으로 판매되다 지난해 1월 2000원이 인상된 4700원에 판매됐다. ‘아이스볼트GT’와 ‘구스토’는 담뱃값 인상 후인 지난해 7월과 10월 출시돼 각각 4700원에 판매돼 왔다.
 
KT&G 관계자는 이번 인하에 대해 경쟁상황, 라이센스 업체의 의사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산담배 가격 내리자 “정도 벗어나”
 
이런 가운데 KT&G의 이번 가격인하에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외국 담배 회사가 가격인하를 한 데 대해 “편법”이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놓고, 자사 제품 역시 가격을 낮추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산 주요 담배인 KT&G의 에쎄, 레종, 더원 등과 외산담배인 필립모리스의 말보로·팔리아멘트, BAT코리아 던힐 등은 모두 4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가운데 외산담배의 가격이 4500원으로 정해진 건 지난해 가격인하 정책의 결과다. 지난해 1월 한국필립모리스는 ‘말보로’, ‘팔리아멘트’를 4700원에서 4500원으로, BAT코리아는 ‘던힐’과 ‘켄트’를 각각 4500원, 4300원으로 인하했다. JTI코리아도 ‘메비우스’의 가격을 4500원으로 내렸다.
 
당시 KT&G는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도’를 벗어났다면서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일부 수익을 포기한 데 대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편법’이라고 KT&G는 지적했다.
 
또 KT&G측은 이를 두고 담배세 인상으로 수요가 대폭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분석했다. 담배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 가격인하에 대해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앞서 가격인하 정책을 펼친 외국계 담배 회사에 대해 ‘정도를 벗어난 편법’이라고 비판함은 물론, 가격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1년 만에 말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KT&G

◆1년 만에 말바꾼 속내는?
 
KT&G는 외국계 회사들의 전략을 비판함과 동시에 담뱃값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정도경영 실천’이었다.
 
백복인(당시 전략기획본부장) KT&G 사장은 지난해 1월22일 열린 ‘KT&G 2014년 4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정도경영을 위해 당분간 담뱃값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백 사장은 KT&G가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담배 회사로서 담뱃값을 인하할 경우, 담배시장 전체가 ‘치킨게임’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동시에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백 사장은 그러나 정확하게 1년 만에 말을 바꿨다. 그동안 줄곧 외쳤던 ‘정도경영’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또 지난해 외국 회사가 수익성을 위해 다시 가격을 올릴 것이란 백 사장의 예측도 빗나갔다.
 
KT&G의 가격인하는 외산담배 전략과 다르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KT&G가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JTI코리아 등이 나머지를 나눠 갖고 있다.
 
이로써 이번 KT&G의 가격인하는 외국 담배 회사와의 가격 격차를 줄여 판매증가를 노려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KT&G는 경쟁심화와 수익성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인하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KT&G는 자신들이 주장한 ‘정도’를 버리고 가격을 낮췄는데, 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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