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서 노사 합의 첫 선례…증권가·은행권 긴장 모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말 전 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취업 규칙에 전격 포함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반해고는 정부의 노동개혁 중 핵심과제로 꼽히는 사안으로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다.
IBK투자증권 노사는 일반해고 도입에 대해 전 직원의 성과 향상이 목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봉제만으로는 저성과자의 관리가 힘든 면이 있고 노조원들을 위해 투쟁보다는 교섭이 낫다는 노사 각자의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BK투자증권 노사가 합의를 통해 최초로 일반해고를 도입한 것에 대해 가뜩이나 칼바람이 몰아치는 증권가는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성과주의 적용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IBK기업은행마저 일반해고를 도입할 경우 은행권으로 일반해고 도입 바람이 확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져 금융권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퇴출 아닌 역량 향상 목적 공감대”
일반해고는 박근혜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으로 업무능력이나 성과가 부진하거나 건강상 이유가 있을 때 해당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침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의 일반해고를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고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증권가에서 IBK투자증권이, 그것도 노사 합의로 일반해고를 취업규칙에 도입하고 시행에 돌입한 상황이라 적지 않은 여파가 예상되고 있다.
일단 사측은 직원들도 공감대를 표해 통과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고 목적이 아니라 성과 향상이 목표라는 점을 직원들이 이해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시행한 전 직원 투표에서 IBK투자증권 직원 553명 중 355명(6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 규정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의 정규직 프라이빗뱅커(PB) 중 1년간 개인 영업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손익분기점 대비 40% 미만이거나 하위 5%의 성과를 낸 직원은 30개월에 걸친 단계별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거친다.
이 프로그램은 대상자가 24개월까지 영업점에서 영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회사 연수팀 교육이나 금융투자협회 온라인 교육, 자격증 취득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역량을 강화한다.
단계별 실적이 달성될 경우 교육프로그램을 바로 벗어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성과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3개월간 별도팀 발령으로 영업전담 교육을 실시하고 3개월 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기발령이나 일반해고, 고용형태 변경이 가능해진다. IBK투자증권 측은 이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 해고가 가능하다는 의미일뿐 함부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노’한 민주노총, IBK투자증권 노조 제명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체 직원의 과반인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에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집단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데 IBK투자증권 노조는 노조가 구성원 수의 과반이 되지 못해 집단 투표를 거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개별적으로 적지 않게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IBK투자증권 노조가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면서 임금 삭감폭을 줄여주거나 PB 임금향상, 선택적 복리후생제도 등을 얻고 대신 새 취업규칙에 합의하는 맞교환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비록 과반 노조는 아니지만 사측과 합의한 노조의 설득 속에 직원들이 마음을 바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측의 공감대 형성과 같은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이에 노동개악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은 IBK투자증권 노조의 책임을 물어 지난달 7일 IBK투자증권 노조를 소속 지부에서 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IBK투자증권 노조는 기업별 노조로 전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일명 ‘쉬운 해고’에 대한 투쟁을 최우선적으로 지속하고 있는데 IBK투자증권 노조가 나쁜 선례를 남겼고 향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IBK투자증권 노조 측은 민주노총이 강경 투쟁을 요구했지만 무엇이 조합원을 위한 길인지 고민한 결과 교섭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의 지침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진정을 제기한 상황이다.
◆증권가·은행권 후속타에 촉각
가뜩이나 찬바람이 불고 있는 증권가는 IBK투자증권이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자칫 증권가에 일반해고 도입 바람이 몰아칠까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최근 몇 년간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려 왔다.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대규모로 인원을 감축하거나 직원 퇴출을 자행하던 상황이다. 여기에 IBK투자증권이 노사 합의로 일반해고를 도입하면서 적지 않은 증권사들도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구성원이 적은 증권사의 경우 직원들의 해고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극한의 생존경쟁으로 내몰리면서 그 피해가 고객들에게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은행권은 IBK투자증권과 한 배를 탄 모기업 IBK기업은행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IBK기업은행은 금융개혁의 제1순위인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에 가장 근접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사례를 바탕으로 IBK기업은행도 성과주의 도입 행보에 속도를 낼 경우 파장이 은행권으로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IBK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주의 연봉제에 거세게 반발해 온 노조 측 역시 사측과는 성과주의 도입 자체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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