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작전 세력의 놀이터 오명 여전?
코스닥, 작전 세력의 놀이터 오명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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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데즈컴바인 이상급등세 이어가…“부끄러운 자화상” 비판
▲ 지난해 12월 30일 코데즈컴바인 시가총액은 9687억원으로 22위에 불과했지만 이상급등 기간을 거치면서 어느새 시가총액은 4조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데즈컴바인
코스닥이 투기의 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근절하기 위해 그간 금융당국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난해 가격거래제한폭 확대 이후로 오히려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14일 토종 SPA 업체인 코스닥컴바인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만6800원(29.94%) 오른 11만6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상급등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됐던 지난 10일 를 제외하면 3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2월 주가가 509원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파산신청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다가 지난해 12월 24일에 들어서야 거래가 재개됐다.
 
이후 한동안 거래재개일 주가인 2만8000원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코데즈컴바인 주가는 이달 3일 갑자기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전날 2만3200원에서 6950원(29.96%) 오른 3만150원으로 폭등했다. 3일부터 8거래일(매매정지 기간 하루 포함)간 오른 주가는 9만3100원으로 2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거래 재개 시점을 기준으로 돌아봐도 315% 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주가가 상상을 뛰어넘는 급등세를 유지하면서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코데즈컴바인 시가총액은 9687억원으로 22위에 불과했지만 이상급등 기간을 거치면서 어느새 시가총액은 4조를 훌쩍 뛰어넘었다. 순위로는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과 굴지의 IT 기업 카카오에 이은 3위다.
 
이날 2위인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6조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삼일 정도만 코데즈컴바인이 상한가를 더 기록할 경우 카카오마저 제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스닥, 낮은 신뢰도 다시 도마 위
이에 과거 ‘투기의 장’, ‘작전 세력의 놀이터’, ‘도박장’ 등의 오명을 얻었던 코스닥은 또 한 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이 주가 급등세를 이어갈 ‘재료’를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작전 세력의 개입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2002년 설립된 토종 의류브랜드 1세대 코데즈컴바인은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코스닥 시총 상위 200위 중 유일한 관리종목이다. 더욱이 올해 실적 여부에 따라 상장폐지될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다. 시총 3위 기업으로서는 초라한 상황인 셈이다.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2월 채권자의 파산 신청으로 거래가 정지된 이후 속옷 전문회사 코튼클럽이 새 대주주로 등극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법정관리가 개시됐고 코튼클럽의 자금 수혈 후 10개월 간의 정지 기간을 거치는 동안 기존 주주들과 출자전환한 채권자들이 주식은 각각 200대1과 7대1로 감자되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수반됐다.
 
코튼클럽은 이 기간 171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현재 상장 주식수의 90%에 달하는 300만주 가량의 신주를 발행했다. 이후 자본잠식 문제는 해소됐지만 실적은 꾸준하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박상돈 회장과 전 부인인 오매화 이사의 경영권 분쟁이 거론된다. 동대문 평화시장 출신인 박상돈 창업주는 지난 2010년경 오매화 이사와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서로 주식을 사들이며 3년 가량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후 양측이 이혼에 합의하고 박상돈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이를 기점으로 박상돈 회장의 횡령·배임설 등이 터져나왔고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사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시총 3위 점프할 만한 재료 없어
▲ 정부는 코스닥 시장이 작전 세력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데즈컴바인 사태를 계기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태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코데즈컴바인은 2011년 매출 2030억원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SPA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토종브랜드로 꼽히기도 했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실적도 추락했다. 중국 사업에서의 실패 역시 경영악화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코데즈컴바인의 영업손실액은 2012년 72억원 이후 꾸준히 확대되면서 지난해 209억원까지 늘었다.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올해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지난해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올해 초 법정관리를 벗어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대표이사도 구설에 휘말렸던 박상돈 회장에서 김보선 코튼클럽 대표로 변경되기도 했다. 박상돈 회장은 올해 초 자신의 회사를 상장시킬 목적으로 합병하려던 회사의 주식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장폐기 위기에 놓여 있는 관리종목 코데즈컴바인이 시총 3위로 뛰어오르기에는 불충분한 재료들이다. 작전 세력의 개입이 강하게 의심되는 대목이다. 상장주식수 3784만여 주 중 대주주 코튼클럽이 보유한 3422만여 주는 현재 보호예수에 묶여 있어 거래가 불가능하다. 채권자들이 출자전환했던 지분 337만여 주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현재 유통되는 주식은 25만주, 액수로는 264억원 어치에 불과하다. 이에 매수 물량이 조금만 몰려도 순식간에 급등세가 연출되고 개인 투자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만주 중 20만주는 외국인이 쥐고 있어 나머지 5만주가 현재 주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시장의 의심대로라면 특정 세력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 셈인데 이상급등세 이후 코데즈컴바인의 일일 거래량은 평균 15만주 가량으로 실유통주의 절반을 넘는다.
 
◆가격제한폭 확대, 우려만 키워
이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지분 가치 상승을 부르는 현상이 또 한 차례 반복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태세다.
 
과거 정부는 코스닥 시장이 작전 세력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 대책, 매수자와 매도자의 정보 비대칭성 개선, 관련 기관들의 협업과 수사 등이 잇따라 강력히 추진됐다.
 
이 결과 주가조작 가능성 계좌가 줄어든다거나 단기 급등 및 급락 현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낮은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 가격제한폭이 기존 15%에서 30%로 늘면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수익의 기대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주가가 2배가 되는 데에 걸리는 기간은 5일에서 3일로 줄어들었다.
 
반면 주가가 반토막날 수 있는 기간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어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는 유통주식수가 대체적으로 적고 거래 단가도 낮아 특정 세력이 작전을 펼치기가 용이하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 측은 제도 보완과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코데즈컴바인으로 대표되는 주가 흐름은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실적이 좋아도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가고 실적이 나빠도 어떻게든 올라가는 100% 도박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코데즈컴바인 측은 “주가 급등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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