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 광고 동의의결안 공개 후 파장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KT, LG 유플러스는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와 관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번 동의의결안은 2013~2014년 이동통신 3사가 LTE 무제한 요금제를 홍보하면서 데이터와 음성, 문자가 모두 무제한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기본 사용량 이후의 데이터·음성·문자 사용시 제약이 가해지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동의의결 신청 과정에서의 꼼수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어 잠정 동의의결안이 확정되기까지 진통이 예쌍된다.
◆이통3사, 데이터·음성 추가제공 보상안 공개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이통3사의 광고 내용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은 부분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시정조치에 들어가려고 했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를 제재하는 대신 사업자가 재발 방지 대책 및 피해 보상을 약속할 경우 의견 수렴을 거쳐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음성통화는 휴대전화끼리 통화할 때만 무려로 제공됐고 데이터는 일정량 이상 사용할 경우 전송 속도가 급속히 떨어지는 구조였다. 이에 이통3사는 부당 광고 소지를 일부 인정하고 지난해 11월 20~29일 사이 일제히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통3사는 절차 개시에 따라 해당 광고에서 제한사항 표시방법을 구체화하고 안내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직접 제시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제출했다. 특히 적지 않은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던 만큼 소비자 피해구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이통3사는 해당하는 요금제에 가입한 736만명에게 보상 데이터 쿠폰을 제공한다. 대상 요금제는 SK텔레콤의 LTE 100+ 안심옵션, KT의 광대역 안심무한, LG 유플러스의 LTE 8 무한대 요금제 등이다. 무제한 데이터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하는 요금제와 관련해서는 광고기간 중 가입자에겐 2GB, 광고기간 이후 가입자에겐 1GB를 제공한다. 이통3사는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이 확정되면 총 1309억원 어치의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음성 무제한 광고에 해당되는 요금제 가입자 2508만명에겐 각각 60분과 30분이 제공되고 추가 사용으로 발생했던 금액은 전액 환불조치된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 당시 공정위는 법적제재 대신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한 것에 대해 “무제한요금제 광고의 영향을 받은 소비자가 다수이기는 하지만 개별 피해액이 소액이라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내린다 해도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보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즉, 소비자들이 소액이나마 직접적으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로 가기보다 이통3사가 마련해 오는 동의의결안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는 효과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참여연대는 잠정 동의의결안이 공개되자마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피해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구제조치”라면서 이통3사의 보상 인원과 보상 금액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 허수에 가깝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점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관련한 보상안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겨우 1~2GB 가량의 데이터를 보상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는 부분이다. 더욱이 쿠폰 사용기간은 석 달, 등록 기간은 15일로 정해져 있어 기본 제공량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적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쿠폰 보상’은 앞서 나왔던 동의의결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첫 동의의결 사례였던 2014년 네이버·다음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적발 건에서 양사는 1000억원이 넘는 기금 출연과 온라인 생태계 지원사업, 공약이행 점검을 위한 공익법인 설립 등이 담긴 동의의결안을 내놓았다. SAP코리아는 150억원에 달하는 최신 소프트웨어와 현금 지원, 빅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및 인재 양성 공익법인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부담액은 8억?…동의의결제 개정론도 고개
반면 이번 이통3사는 동의의결안의 핵심인 데이터 무제한 과장 광고 의혹에 대한 보상을 쿠폰으로 갈음했다. 이통3사는 데이터 1309억원, 음성 1362억원 등 수 천억원대의 보상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나 사용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이통3사에게 실제로 징벌로 작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참여연대는 “데이터 금액 자체가 부풀려진 것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최대 2GB에 불과한 데이터 보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거창한 계산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통3사가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미미한 트래픽 증가 외에 8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음성·문자의 기본 사용량 초과분에 대한 환불 규모다. 업계 1위 SK텔레콤은 1억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광고 문구의 수정, 향후 광고 형식의 강화 등의 대책도 있었지만 네이버·다음이나 SAP코리아의 경우처럼 사회적인 공헌에 대한 부분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1심 법원의 기능을 하는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는 대가로 내놓은 동의의결안이 꼼수로 가득찬 것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적어도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방지를 위한 법인 설립이나 합리적인 요금 선택을 돕기 위한 캠페인 등 공익적인 대안도 함께 들어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이통3사에 이어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을 확정할 예정인 공정위로까지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앞선 사례와 다르게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이 지나치게 무르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과거 면죄부 논란을 빚었던 동의의결제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면죄부로 작용할 것이라며 동의의결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지난해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의의결안은 소위 ‘특허권 갑질’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데에 그쳤지만 이는 기업 결합과 관련된 사전적 우려의 차단이 목적이었다. 자사 그룹 계열 배급사의 스크린 밀어주기로 눈총을 받았던 CJ CGV와 CJ E&M, 롯데쇼핑은 면죄부 논란 속에 동의의결 신청 자체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만약 공정위에서 이통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더라도 액수가 3사 합쳐 최대 80억원에 그쳤을 것이고 이마저도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공정위가 패소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 보상이 더욱 힘들어질 여지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내달 26일까지 40일 동안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피해 보상 방안을 확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 경우 이르면 6월부터 소비자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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