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괴롭히는 ‘사장 리스크’
KT&G 괴롭히는 ‘사장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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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現 사장 나란히 법정 갈까 촉각
▲ KT&G가 민영진 전 사장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백복인 현 사장까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전·현직 사장이 나란히 법정에 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G
KT&G가 민영진 전 사장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백복인 현 사장까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전·현직 사장이 나란히 법정에 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백복인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백복인 사장이 외국계 광고기획사 J사, J사의 협력업체인 국내 광고기획사 A사로부터 광고 수주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J사 등의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백복인 사장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민영진 전 사장에 이어 백복인 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혐의를 받게 되면서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행여 백복인 사장이 구속이라도 되는 경우 KT&G는 전·현직 사장이 모두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셈이다.
 
◆백복인 사장, 광고 수주 청탁 받고 금품 수수한 혐의
검찰은 백복인 사장이 J사와 A사에게 광고 수주 청탁을 받고 수수한 금품 규모를 수 억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특히 J사와 A사는 앞서 광고주에 대금을 과다 청구하거나 하청업체와의 거래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최소 4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난 업체들이다. 이미 J사 대표 김모 씨와 A사 대표 권모 씨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검찰은 김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J사의 금품이 회사 윗선으로까지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백복인 사장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
 
또한 검찰은 2012년경 KT&G 마케팅본부팀장급 직원 김모 팀장을 J사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두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사장 취임 전이던 당시 백복인 사장은 J사와의 광고 계약 실무를 맡은 김 팀장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
 
검찰에 따르면 J사는 백복인 사장이 마케팅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 KT&G로부터 포괄적 개념의 마케팅 용역사업을 따냈다. 해당 계약은 통합 광고솔루션부터 기획안 개발, 미디어 홍보, 소매 제품 디자인 등을 모두 J사에 맡기는 계약으로 연간 사업액이 수 십억원대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혐의로 검찰은 지난달 KT&G 본사의 마케팅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KT&G와 거래한 J광고대행사와 이 회사의 하청업체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거래내역 장부 등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아직 KT&G 측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KT&G 측은 “백복인 사장이 김 팀장의 직속 상관도 아니었고 계약에 관여할 위치도 아니었다”면서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는 곤란하고 우선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 한편 불과 두 달여 전 구속기소됐던 민영진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자녀의 축의금 명목 등으로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KT&G
◆민영진 전 사장도 재판 진행 중
한편 불과 두 달여 전 구속기소됐던 민영진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자녀의 축의금 명목 등으로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민영진 전 사장은 부하직원과 협력업체, 해외 담배유통상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았다. 검찰은 민영진 전 사장이 부하직원이던 이모 전 부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현금 4000만원을 받고 협력업체 2곳에서도 총 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민영진 전 사장은 2010년에도 회사 임원급 직원 5명과 함께 중동의 담배유통상에게서 7900만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시계 6점을 받아 4500만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를 챙기고, 직원 5명이 각각 67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나눠가졌다.
 
또한 민영진 전 사장은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매각 과정에서 KT&G 임원들을 통해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KT&G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이 재판에 넘긴 인원은 민영진 전 사장을 포함해 전직 임직원, 협력업체 대표 등 18명에 이른다.
 
◆민영진 전 사장 측, 공소 사실 전면 부인
다만 민영진 전 사장 측은 해당 혐의들을 전면 부인하면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담뱃값 제조사 S사 B대표는 2012년 운전기사를 통해 민 전 사장 측에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민영진 전 사장 자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KT&G 협력업체로 지정된 데 고마움을 나타내고 싶어 아내를 통해 돈을 건넸지만 이후 돌려받았지만 이후 운전기사가 민영진 전 사장 측 기사와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민영진 전 사장 측은 이 같은 진술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B씨가 초기에 해당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말을 뒤집었고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영진 전 사장 측 변호인은 S사가 협력사로 지정된 시점이 2010년 7월인데 20개월이나 지난 2012년 3월에서야 돈을 건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열렸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민영진 전 사장 측은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도 없고 뇌물공여도 부인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영진 전 사장 측은 시계를 받은 것은 맞지만 만찬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에게 주는 의례적인 100만~200만원 정도의 기념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은 “게다가 호텔로 돌아와 (시계가 든) 쇼핑백을 노조위원장에게 돌려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영진 전 사장은 직접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했는데 너무 억울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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