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의장 등 적격성 시비…후계구도 포석 분석도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남궁훈 이사회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이성량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이사, 이흔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상임이사를 임기 2년의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신한금융 주주총회에는 대리출석을 포함, 의결권을 가진 주주 73.62%가 참여해 원안이 무리없이 가결됐다. 한동우 회장은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 대한민국 선도 금융그룹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마련한 선임안이 공개됐을 당시 장기 재임 중인 남궁훈 의장이나 과거 신한사태에 연루됐던 신규 사외이사들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일었던 바 있어 이번 원안 가결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상황이다.
특히 새롭게 구성된 사외이사진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동후 회장의 후임자 선출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라앉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궁훈 의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꼼수?
특히 남궁훈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한동우 회장이 내년 차기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CEO 인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다.
남궁훈 의장은 한동후 회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로 지난 2011년 사외이사를 맡아 이달 5년의 최대 임기가 만료됐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5년으로 제한돼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최대 임기가 만료됐기 남궁훈 의장이 교체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이번에 남궁훈 의장을 이사회에 잔류시키기 위해 1년 임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기타비상무이사는 보통 은행장이나 주요 주주사 관계자가 자리하며 모범규준에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엄밀히는 별 문제가 없다. 금융위나 금감원 역시 이번 신한금융의 이사회 구성에는 모범규준 위배 사항이 없어 별 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를 5년으로 제한한 것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다는 취지인 점을 감안하면 명시적 규정을 우회해 특정 인사를 이사회에 잔류시키는 것은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14년 한동우 회장의 연임 결정 당시 있었던 공정성 논란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한금융 측은 이런 관측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궁 이사는 이사회에서 가장 집행이사를 많이 견제했고 깐깐하며 깔끔한 인물”이라고 논란을 부인했다. 그는 “남궁훈 의장이 그룹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륜이 많아 새로 선임된 이사들 사이에 그런 분이 한 분 계셔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 인물 중 이정일 이사와 이흔야 이사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두 인물이 모두 앞서 신한금융그룹을 흔들었던 신한사태의 주요 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긴밀한 관계라는 점에서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진 내분 사태다. 신한은행은 신상훈 사장이 앞서 신한은행장 시절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부실대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신한은행과 신상훈 사장의 분쟁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신상훈 사장 삼자의 암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신상훈 사장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 고발, 재일교포 주주들의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해임청구소송, 금융감독원의 신한은행 검사 등으로 이어지며 신한금융그룹 내부의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 등은 모두 퇴진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이번에 신규선임된 이흔야 이사는 2010년 라응찬 전 회장이 차명계좌와 관련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발견된 차명계좌의 명의인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이정일 이사는 2009년 라응찬 전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될 때 라응찬 전 회장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일 이사는 앞서 2009년과 2011년에도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에 라응찬 전 회장의 라인으로 분류됐던 한동우 회장이 역시 남궁훈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처럼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미칠 의도로 이 두 이사를 이사진에 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 역시 신한금융은 “이정일 이사와 이흔야 이사 모두 검찰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로 판단받았기 때문에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 역시 “그 분들도 신한사태의 피해자”라며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자격 논란에 대해 검증을 마쳤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라응찬 전 회장과 암투를 벌였던 신상훈 전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이 견조한 경영실적에도 장기 재임을 이유로 연임이 무산되는 등 일각에서는 과거 신한사태로 촉발됐던 내분의 조짐이 다시 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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