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기로 부도…책임져야” vs “사실 과장…소송 결과 따를 것”

30일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일본의 유명 캐릭터 헬로키티를 들여왔던 지원콘텐츠는 일본 업체와의 분쟁으로 경영권 위기를 맞았던 지난 2011년 우리은행 직원의 사기로 최종 부도를 맞았음에도 우리은행이 현재까지 적절한 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이에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은행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앞서 법원이 해당 직원의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는 점이 거론되며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약속 어음이 7억8000여만원에 불과했는데 피해액이 수 억원이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고 배상 역시 소송 결과에 따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분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합 측이 우리은행을 성토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 측이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고 지원콘텐츠 측은 부도로 자산 손실은 물론 실업자 및 30여곳의 협력업체 피해까지 양산됐다고 맞서 양측의 공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원콘텐츠, 우리은행 직원 사기 후 최종부도
지원콘텐츠는 지난 1990년 설립된 캐릭터 상품업체다. 지원콘텐츠는 일본 산리오 사와 헬로키티 캐릭터를 국내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기로 하고 급성장해 왔다. 부도 당시까지 지원콘텐츠는 매년 수 백억원의 매출을 냈고 기업 가치는 8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산리오와 지원콘텐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서 헬로키티 관련 매출액이 상당했던 지원콘텐츠는 1차 부도에 빠지게 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은행 학동 지점의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원본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했다.
지원콘텐츠 측이 넘긴 어음원본 5장은 7억7900만원 상당이었다. 당시 우리은행 학동지점은 지원콘텐츠 측에 어음할인 승인 사실까지 알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입금시일까지 자금이 들어오기는커녕 지원콘텐츠 측은 어음 원본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지원콘텐츠는 같은 해 11월 최종 부도처리됐고 완제품을 납품하던 150개 협력사 중 30여 곳이 함께 도산했다. 피해는 협력사 직원은 물론 주주등 700여명에게까지 미쳤다. 윤재현 지원콘텐츠 대표는 당시 2억5000만원 정도만 지원받았더라도 부도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지원콘텐츠는 어음 사기 혐의로 학동지점장과 부지점장에 형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들의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지점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부지점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원콘텐츠와 조합 측은 대법원이 사기 혐의를 확정한 만큼 우리은행이 응당 부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영철 전 지원콘텐츠 대표는 “우리은행 직원의 사기로 부도가 났는데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과 한 마디 없느냐”며 비난의 강노를 높였다.
조합 측 역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우리은행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지원콘텐츠의 부도로 수 백여 거래업체들이 연쇄 부도 위기에 직면했고 소상공인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우리은행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이 지난 2014년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적극적 선제적 피해 회복 조치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지원콘텐츠 및 조합의 주장에 부풀려진 부분이 많고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당시 어음 할인 승인이 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지원콘텐츠의 신용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음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원콘텐츠가 우리은행에 빌렸던 20억원 가량을 회수할 방안을 강구하다가 보관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 규모와 지원콘텐츠 측의 대응에 대한 우리은행의 반응에는 강한 불만이 감지된다. 우리은행은 입장자료를 통해 “2011년 반환되지 않은 약속어음은 7억7900만원어치인데 피해액이 수 백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또한 수석부행장급 면담 요청은 외면하고 (이광구) 행장의 면담만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피해규모에 대한 입장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이다. 양측은 지원콘텐츠의 부도에 대한 우리은행의 배상 책임을 가리는 소송에서 직원의 사기행위가 부도를 실제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두고 격돌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측은 실제 피해가 난 것은 7억7900만원 상당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분만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원콘텐츠 측은 이로 인해 800억원 상당의 기업가치를 지닌 지원콘텐츠가 부도처리됐기 때문에 피해액이 결국 수 백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1심 판결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은행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기행위가 직접적으로 부도를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인데 일방적인 규탄은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사과·보상 먼저” vs “업무방해·비방 중단” 갈등 심화
현재 피해자들은 이 같은 우리은행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법원에도 유죄판결이 난 사건임에도 우리은행이 ‘선 사과 후 협의’가 아닌 법적 절차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한 만큼 선제적인 조치를 마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측 역시 지원콘텐츠 측의 태도가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에 대한 입증자료를 제시한다면 보상을 할 수도 있지만 내달 1일 민사소송 변론기일이 확정됐는데도 아직까지 입증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20억원 안팎의 대출금 역시 지원콘텐츠의 부도로 손실을 입게 돼 우리은행 역시 피해를 입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원콘텐츠 측이 법적 절차가 진행중인데도 은행에 대한 비방으로 평판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판단,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원콘텐츠 측은 이광구 행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 등을 동원한 시위를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해자들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우리은행이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기업 우리은행의 사기행위로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파탄에 빠져 있다”면서 이광구 행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경제적·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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