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임성근 판사의 녹취록 공개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단 하루 만에 들통 나면서 법조계에서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심지어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자진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이 탄핵 논의를 언급하면서 임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에 대해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단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 입장을 내놨었지만 ‘사표 수리하면 탄핵 얘기를 못한다’고 김 대법원장이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되자 그간 거짓 해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법조계에선 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는데,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법원 내부망에 “반려 경위에 관해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꼬집었으며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도 “법관의 사표수리마저 다른 기관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아직 사법부 독립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무죄판결까지 받은 임 판사를 희생양으로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여념 없는 부적절한 처신에 실망했다”며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보기 위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크게 잘못됐다. 거취를 고민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사실상 사퇴를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김 대법원장에 한 목소리로 사퇴를 촉구했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정치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현 대법원장의 민낯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 수장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이제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거취를 결단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당초 검토했던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엔 신중한 반응을 보였는데, 김 위원장은 “탄핵안 발의는 현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탄핵을 적극 막을 게 분명하기에 잘못하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차피 의석수 대결로 가면 국회에서 김 대법원장 탄핵은 어려운 만큼 자진 사퇴 압박을 가하는 여론전 쪽에 무게를 두려는 모양새인데, 그래선지 당내 중진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으며 김도읍·유상범·장제원·전주혜 등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도 김 대법원장에 항의하기 위해 대법원을 직접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