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②현대, 현대상선發 ‘위기’ 가시화?
[위기의 해운업]②현대, 현대상선發 ‘위기’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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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계약, 순환출자 구조로 주력사 신용등급 하락

 

국내 1, 2위 해운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지분을 담보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계열분리 꿈’에서 한 발 멀어졌고,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잇달아 자금수혈을 받아온 것도 모자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한 재무악화를 안겨줬다. 그 결과 도움을 준 회사, 도움을 받은 회사 모두 신용등급이 하락하기까지 했다. ‘골칫거리’로 전락한 해운 계열사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없는 이들 그룹의 사정을 살펴봤다.

현대상선 유동성 문제가 현대그룹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과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맞물리면서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신용등급은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변경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BBB+로 유지됐으나 전망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현대상선은 알려졌다시피 해운업황에 따른 실적악화 때문이었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는 이 같은 현대상선의 영향을 받은 탓이었다.

한신평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현대상선의 실적부진, 재무부담에 따라 그룹전반의 재무변동성이 커지면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사업기반 및 시장지위, 양호한 영업현금창출능력에도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이 조정되는 등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신용도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와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와 ‘우호세력이 돼주는 조건으로 연 6.15~7.15% 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만기 때 현대상선 주가가 금융회사의 주식 매입가보다 낮으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차액을 보존해주겠다는 옵션도 붙었다.

문제는 현대상선 주가 부진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들어서만 1953억원(5월), 208억원(8월)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났다는 공시를 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유지 및 방어를 위해 엄청난 손실 부담에도 지속적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유지하고 있다”며 현정은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7명을 신용공여 금지규정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상반기 4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파생상품 평가손실 영향을 받아 당기순손실이 1698억원에 달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영향받아

아울러 현대상선 유동성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를 거쳐 현대로지스틱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상선 주가 부진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21.2%를 소유한 현대로지스틱스도 지분법 손실에 따른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올해 상반기 10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422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한 탓에 4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접적인 자금지원의 공도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를 따라 넘겨지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는 약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이전처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투입해야할 돈은 약 530억원(지분 21.2%만큼 참여한다고 가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억원을 수혈해줬었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로지스틱스가 책임지는 수순이 예고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또 현대상선 유동성 문제는 내년 6월 예고된 현대로지스틱스 상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장을 위해서는 실적도 중요한데 언급했듯 현대로지스틱스는 상당한 지분법 손실로 적자 상태에 놓여 있어서다. 이 때문에 2013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현대로지스틱스에 1000억원을 투자했던 우리블랙스톤 사모펀드(PEF)는 앞서 “현대로지스틱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파생상품 계약을 해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로지스틱스 상장은 실적부진으로 예상했던 공모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6월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블랙스톤 PEF는 풋옵션(상환청구권)을 행사했고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이자까지 포함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600만여주를 1200억원에 도로 사왔다. 

물론 현대상선도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위기타파를 위한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와 컨테이너 박스, 비주력 선박 등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유동성 문제와 관련 금융권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며 “현재 산업은행과 협조해 재무상황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상반기 현대상선 실적은 매출 3조7161억원, 영업손실 1948억원, 당기순손실 124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3조9880억원)은 감소했지만 영업손실(3036억원)과 당기순손실(4569억원) 폭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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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슝슝 2013-11-22 15:28:25
한때 잘나가던 해운업들이 요즘엔 다 부진하네여..

진지 2013-11-22 14:19:50
한진못지않게 위기군요~주식투자에 주의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