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내우외환에 ‘망신살’만 가득
KB금융, 내우외환에 ‘망신살’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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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간부 권력투쟁·직원들은 부당대출에 횡령까지

KB금융그룹에 세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슈 하나는 LIG손해보험 인수 여부이고 다른 이슈 하나는 가족 간의 싸움이다.

시스템 교체를 놓고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 간의 힘겨루기가 끝날 줄 모른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얼굴을 크게 얼굴을 붉히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매서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재 KB금융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핵심은 ‘신중함을 가장한 알력싸움’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 당국도 KB금융의 내분을 그대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과연 이번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금융권을 비롯한 IT업계,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전산시스템 변경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KB금융의 내홍은 결국 임영록 회장(왼쪽)과 이건호 행장의 ‘권력 투쟁’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뉴시스

IBM vs 유닉스?=임 회장 vs 이 행장?

현재 일고 있는 KB금융의 내홍은 표면적으로는 전산시스템을 기존의 IBM에서 유닉스(UNIX) 기반으로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간의 이견 때문이다.

금융지주 측은 유닉스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 또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에는 유닉스 기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금융지주 측의 판단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측은 유닉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이른바 ‘셀프 감사’를 요청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일에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앞장섰다.

정 감사는 한때는 임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임 회장과 정 감사는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정 감사 선임될 당시 임 회장이 정 감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KB국민은행을 관리·감독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정 감사는 감사 선임 이후 은행장에게 보고되는 모든 서류는 반드시 자기를 거치라고 초강수를 뒀다. 감사 본연의 업무지만 내부에서는 감사에게 주어진 권한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런 정 감사가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 건에 대해서는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정 감사가 임 회장에서 이 행장으로 배를 갈아탔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정 감사는 어디에도 휘두르지 않고 원칙을 세우고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임 회장도 정 감사의 이런 행동을 불쾌하기 여긴 듯 정 감사에 대한 해임안을 추진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정 감사의 월권에 대한 인사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괘씸죄’라는 의견도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임 회장도 정 감사에 대한 해임안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또한 임 회장은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이는 책임을 이사회에 맡기는 동시에 계속해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정 감사 해임을 진행하겠다는 묵시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30일을 고비로 이번 내홍이 수습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활화산으로 커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의혹 등을 다루기 위한 KB국민은행의 긴급이사회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전산시스템 변경 문제로 불거진 경영진·사외이사 내분과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전산시스템은 ‘허울’ 실상은 ‘관치금융’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KB금융의 내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회장 내정자 신분이었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 한 사외이사가 전산장비를 IBM으로 교체하면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강 내정자는 2009년 12월 31일 자진 사퇴했다. 전산시스템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후 전산팀장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하며 KB금융의 전산시스템이 각종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산팀장의 자살을 놓고 KB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는 주장이 팽팽했다. 내부에서는 전산 시스템의 잦은 오류가 발생해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산시스템 교체라는 표면적인 문제 외에도 ‘관치 금융’이 KB금융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줄곧 관료 조직에 적을 두었다. 그가 일선 금융권에서 일한 것은 2010년부터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을 한 것이 전부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KB금융지주 사장을 수행하면서 관료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졌으며 오히려 전 정권에 임명된 인물이 현 정권에서도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며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임 회장은 코드가 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현 정부 들어 임 회장 외에도 이른바 ‘모피아’는 주요 금융권에 포진했다.

임 회장 외에도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임종룡 회장 또한 행시 출신에 재경부를 거쳐 지난해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관치금융 지적이 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배구조의 문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간의 불협화음은 표면적으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권력 다툼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동안 지속된 낙하산 인사와 함께 이중적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와 은행장이 존재하고 각각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어 의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민은행 노동조합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8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각각 임 회장과 이 행장을 KB금융에 낙하산 임명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론스타 헐값 매각의 책임을 물어 임 회장 또한 검찰에 고발했다.

▲ 국민은행은 최고위층의 갈등 외에도 직원들의 불법대출, 횡령 등 각종 사건·사고로 명예가 실추된 상황이다. 이를 놓고 국민은행 고객들의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펑펑 터지는 각종 사고

지난해 9월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이 2008년부터 20여 개 현지 법인에 62차례에 걸쳐 122억5200만 엔 이상의 돈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를 넘어 대출을 해줬다. 이 과정에서 친인척 및 타인 명의를 서류를 꾸며 조직적으로 대출을 진행했다. 또한 이들은 대출해 준 대가로 대출금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당대출로 인해 도쿄지점은 33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쿄지점은 올해 4월 야쿠자의 불법자금 4억5000만 엔을 예치해 준 혐의로 일본 금융청의 조사까지 받은 바 있다.

국내지점에서는 국민은행 직원이 연루된 횡령사건이 터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의 한 지점 직원이 배우자인 모 프랜차이즈업체 공동 대표와 공모해 또 다른 대표 명의를 도용, 대포통장을 만들어 수억 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고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부부 사이인 이들은 아내가 법인인감을 위조한 뒤 서류를 꾸미면 남편은 은행에서 돈을 찾도록 도움을 줬다.

이번 사건은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의 또 다른 공동대표가 금감원을 찾아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조사 요청을 함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국민은행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 등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으로 90억 원을 횡령,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은행 본점 직원이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한 뒤 영업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 상환하는 수법으로 90억 원을 횡령했다.

국민은행 측은 사고 관련자에 대해 고소와 함께 예금·부동산 등 재산 회수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민은행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서도 내부직원의 비리는 형태만 다를 뿐 계속되었다.

지난 4월 영업점 팀장과 부동산개발업체 대표가 짜고 허위확인서를 발급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영업점 팀장 이모 씨는 올해 2월부터 3월 말까지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강모 씨에게 총 9709억 원 규모의 입금증과 대출 예정 확인서 등을 발급했다. 하지만 이 서류들은 은행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팀장은 강 씨에게 에금입금증 3600억 원, 현금보관증 8억 원을 비롯, 입금예정 확인서, 지급예정확인서, 대출예정 확인서, 문서발급예정 확인서 등 6010억 원 상당의 허위 문서를 만들어 줬다.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회수된 허위 문서는 불과 4171억 원에 그쳐 아직까지 5538억 원어치의 문서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문서 자체가 은행권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조악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융사기에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스템이 열악한 일부 소규모 금융권에 이 문서를 근거로 또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KB금융의 계열사인 국민카드에서는 4월에 고객 3만3000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지난해 6월에는 무려 5200만 건의 개인정보가 밖으로 빠져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KB금융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원성 또한 날로 높아가고 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KB금융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름만 국민은행이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이참에 이름 바꿔라.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국민임이 창피하다”, “권력을 두고 싸울 게 아니라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은행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라”, “매일 같이 언론에서 쏟아지는 기사를 보며 국민은행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은행답게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동네 국민은행 지점 지날 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정상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은 2006년부터 은행연합회가 실시하는 민원발생평가등급에서 단 한번도 2등급 이상을 받은 적이 없어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조롱을 듣고 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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