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제정안)이 3일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적용은 공직자 외에 언론사와 사학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 19대 국회의원, 변호사·의사 등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과도한 법 적용 및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함께 형평성 논란과 에 휩싸이게 됐다.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에 대한 표적 수사, 가족 파괴 우려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된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수정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통과는 했지만 후폭풍 예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제정안)이 3일 재석 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국회 제출 929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합의한 제정안에 따르면 정무위 의결안을 유지하되 법 적용 대상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했다. 또한 금품수수 처벌 조항에서는 정무위안대로 공직자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100만 원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사립학교 재단이사장과 이사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1년이었던 법 유예기간을 공포 후 1년6개월로 연장했고, 원안에는 국민권익위로 명시됐던 과태료 부과기관을 법원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로 오는 과정에서도 의원들간의 마찰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못했다.
당초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제안된 ‘김영란법’은 공무원은 물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잉입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정무위는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시민단체 관계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등을 제외시켰다. 여야 내부에서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에 압력을 넣거나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법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법사위에서도 정작 비리가 많다는 사학재단 이사장 및 이사가 빠진 것을 지적을 받아 본회의 통과 전 부랴부랴 법 적용대상으로 추가했다.
‘김영란법’이 본회의 통과로 이 법이 내년 하반기에 시행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 등이 줄어들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적용대상을 둘러싼 위헌 논란, 금품을 수수한 배우자를 신고하게 하여 가족의 파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논란 등 수많은 논란을 안고 가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김영란법’ 입법에 찬성하는 여론에 떠밀려 졸속 처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화 의장은 ‘김영란법’을 가결한 직후 “이 법은 우리 사회를 맑고 투명한 선진사회로 바짝 다가서게 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과잉입법’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상민-홍일표 “문제점 보완해 개정할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상민 위원장은 법 적용 대상과 관련해 “자의적으로 언론과 학교만 포함된 것이 제가 보기에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관철되지 않았다, 매우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다”라고 법안 통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김영란법이) 위헌성을 갖고 있고, 결함이 많고 애매모호한 규정들이 많기 때문에, 형사처벌과 관련된 규정들이라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법안이 통과가 되면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겠습나? 그러다 보면 국회에서도 그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서, 이를 보완할 추동력이 턱없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 이후에 시행되어서 선의의 피해 사례가 없도록 빨리 보완을 해야 되겠다. 더구나 위헌성이나 애매모호한 규정, 또 대상에 있어서 형평성이 맞지 않은 부분은 시급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에 시민단체를 포함시킴으로써 국회의원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논리가 작동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무위에서 마련된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을 못해서 진짜로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오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서둘러 많은 국민들께서 비판하지 않으시도록 빨리 수정,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여당에서 시민단체를 제외한 것이 야당의원들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를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전혀 그건 근거가 없다”며 “다만 진보든 보수든 시민단체의 공익적 역할을 중요시한다면, 학교 선생님이나 언론이 공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포함시킨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당연히 포함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무한정하게 늘리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당초 ‘김영란법’ 원안대로 공직자만 그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논리의 일관성이 맞다”고 강조했다.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제가 오죽하면 법안명만 통과시키고 내용은 그냥 공란으로 놔두자, 나중에 공란을 채우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결함이 많고 문제 투성이인 법안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졸속 입법하는 부분에 대해서 자괴감이 많았다”며 “설사 들어갔어도 반대 아니면 기권했을 겁니다. 입법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나 그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과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약간의 시각차가 있었다.
이 위원장은 범위 문제와 관련해서 사립교원은 포함됐는데 기타 변호인이라든가 의사, 또는 시민단체가 포함되지 않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반면, 홍 의원은 직무관련성 여부와 상관없는 금액의 기준이 과잉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면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홍 의원은 김영란법 원안보다 정부안이 좀 더 나은 부분이 있었는데 정무위 안으로 오면서 지나치게 모호해졌다는 입장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법사위의 홍일표 의원도 “공직사회 부패와 청탁문화를 뿌리뽑는 커다란 초석을 놓았다 라는 점에서는 이 법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회를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줘선 안 되는 여러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제가 좀 씁쓸하다”고 평가했다.
법안처리의 허술함과 관련해 그는 “법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서 충분한 토론과 연구를 하고 그것을 보완한 뒤에 통과를 시켜야 된다”며 “이 법은 양당 지도부 사이에서 2월 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 이렇게 시한을 정해놓고 이렇게 밀어붙이듯이 심사를 하다 보니까 사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결국 통과를 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향후 법 개정에서는 처벌기준을 직무관련성을 기준으로 하는 정부안, 배우자에 대한 신고 의무와 관련해서 친족 간의 범죄에 대한 면책을 주는 우리 형법체계와 맞추는 것, 부정청탁과 관련해서 좀 더 알기 쉽게 요건 마련, 특정 언론에 대한 표적수사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정 불가피론 대두

본회의 표결에서도 새누리당 권성동·김용남·김종훈·안홍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반대 4인 외에도 17명이 기권했다. 기권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박주선·추미애·최민희, 새누리당 김광림·문정림·박덕흠·이노근·이진복·서용교·이인제·이한성·정미경·최봉홍 의원 등이다.
특히 “모든 인간관계가 얼어붙을 것”이라며 수정안을 주장했던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은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안 내용과 관련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졸속 입법에 대한 우려를 표로 보여준 셈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영란법’ 법률 통과와 관련해 “입법의 미비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 반의 준비기간 동안 입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법이 제정되고 하루 만에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입법 미비’를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이어 “비판도 있지만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금지라는 이 법의 취지는 국민의 뜻이고 시대정신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근본적인 취지가 훼손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법의 시행을 1년 반 앞두고 이법의 근본적인 목적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보완 및 수정을 위해 “어떤 준비를 국회와 당이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서 지도부와 상의해서 조치하겠다”며 “당의 법사위, 정무위 위원들, 법률지원단장 등과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3일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국회에서 여론에 밀려 통과시키게 됐다”면서 “법의 미비성을 알고도 찬성하려니 양심에 좀(걸렸다)”이라고 밝혔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법사위 회의에서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 “사실 좀 더 일찍 시간 갖고 논의했어야 했는데”라고 졸속 입법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 의견이 빗발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법적용 대상 등 문제점을 논의해 개정안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