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도로 공사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베트남 중부 지역의 항만부두 건설공사 현장에서 13명이 숨지는 가설물 붕괴 사고가 일어나 비상이 걸렸다.
지난 26일 오후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베트남 사고 현장을 찾아 수습에 나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 사장이 직접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태를 수습에 나서기 위해 출국했다”며 “현지 직원들과 함께 베트남 당국의 협조를 받아 정밀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저녁 베트남 하띤 성 해안의 붕앙 경제특구에 있는 포모사 하띤 철강회사의 공장에서 항만부두 방파제의 기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제작을 위한 거푸집이 무너져 1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모사 하띤 철강회사는 대만계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의 계열사로, 하띤 성에 2008년 7월부터 100억 달러(11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철강단지를 짓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삼성물산이 2012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이 근로자들은 기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작업이 끝난 후 거푸집을 청소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42명의 근로자는 모두 베트남인이다. 원래 작업 계획서 상 근로자는 43명이었지만 1명은 출근하지 않아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인 일간 타잉니엔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사고 발생 전부터 거푸집이 흔들리는 현상을 보고했지만, 감독관이 계속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당국은 생존자·감독관·시공사 등을 상대로 야간 작업 중 발생한 이번 사고에 안전조치 소홀이나 기계 결함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의 ‘중대재해 Zero의 해’ 벌써 삐긋?
한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다음 날 오후 사고 현장을 찾아 수습에 나섰다지만, 삼성의 안전경영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삼성은 최근 몇년 새 사업장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해결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특히 2013년 사업장 불산 누출, 물탱크 폭발 등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을 주요 화두로 삼았다. 지난해 삼성이 안전·환경 분야에 투입한 자금은 무려 3조원에 달한다.
이에 삼성전기와 삼성전자는 올해 안전·환경 인력을 충원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장별로 방재센터를 구축했다. 2009년 조선업계 최초로 안전수칙을 정했던 삼성중공업은 아예 지난 1월 19일을 ‘안전의 날’로 지정하고 결의를 다졌다. 올해도 삼성이 안전에 투자할 자금은 3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흐름에 더해 최지훈 사장이 발벗고 나서서 올해를 ‘중대재해 Zero의 해’로 선언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최치훈 사장 등의 주요 경영진은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경미한 사고·장비 문제·민원 등을 모바일 메시지로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찰과상으로 잠시 병원에 다녀와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외 공사장에서 작업 중 손가락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보고 하지 않은 현장소장을 즉시 전근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푸집의 흔들림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소장이 이를 무시하고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전경영에 대한 신뢰도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규모가 큰 해외 수주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최치훈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베트남에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추가 조치에 대한 것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유가족에게 사망자 1인당 3000만 동(약 155만 원)의 장례비를 지원하고 부상자 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