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 두 사장의 동병상련…봄날은 올까
롯데·삼성 두 사장의 동병상련…봄날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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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발생한 건설현장 사고에 안전 의지 다시 시험대로
▲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건설현장에서 나란히 붕괴 참사가 발생, 안전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온 양사의 수장들이 나란히 시련을 겪고 있다. ⓒ양사 홈페이지

지난해 싱크홀 사태에서 나란히 얽히며 관심을 모았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의 건설사들이 다시 한 번 잇단 사고에 휘말리면서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던 양사의 수장이 또다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25일 롯데건설이 시공사를 맞은 경기도 용인시 도로 공사장 교량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롯데건설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인부 9명이 10m 아래로 추락,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교각 밑에서 일하던 인부 7명은 신속히 대피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롯데건설 측은 “레미콘 타설 중 갑자기 상판을 받치던 가설 부자재가 무너지면서 교량이 함께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타설작업시 설치하는 지지대(동바리)가 부실하게 설치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던 경찰은 다음 날 화성시 동탄면 소재 롯데건설 현장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동바리 붕괴 사고는 부실설치로 인한 것일 때가 많아 대체적으로 시공사에 책임이 있는 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건설 김치현 대표 등 임직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8시 50분경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과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제2롯데월드의 잇단 사고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의 역량은 이번 사고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더구나 바로 전날 제2롯데월드타워에서는 지난 19일 100층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함께 안전기원식이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안전기원식에 직접 참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안전 문제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안전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건설 현장에서 재차 사고가 발생하면서 롯데건설은 망신살을 사는 처지가 됐다. 특히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의 입지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지난해 제2롯데월드의 잇단 안전사고로 입지가 크게 좁아졌던 김치현 사장은 용인 도로 공사 현장의 붕괴 사고로 인해 재차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사회생했던 김치현 사장, 입지 다시 위축?
지난해 1월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인 마무리라는 소임을 부여받고 취임한 김치현 사장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내 책임론에 시달렸다. 개장 전에도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해 인부가 목숨을 잃었던 제2롯데월드는 저층부 3개동 임시개장 직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발생해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더구나 임원 임사를 앞둔 지난해 12월에는 중소 하도급 업체에 횡포를 부렸다는 갑질 논란이 발생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피소까지 당했다. 당시 플랜트 회사 아하엠텍은 롯데건설 임직원을 포함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고소·고발하면서 “공사가 끝난 지 5년이 되도록 약속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석연치 않은 결정과 전 공정위 심사위원의 영입 의혹까지 불거지며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같은 달에는 울산 강동 대형복합레저시설 공사에서 시행권을 부당하게 뺏겼다는 한 업체의 대표로부터 인분투척 사태가 벌어지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롯데건설 측은 두 사건에 대해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빗발치는 여론 속에 롯데그룹이 연말 임원 인사에서 김치현 사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제2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인 때에 수장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롯데그룹 측은 김치현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최근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 사고가 잠잠해진 모양새지만 아직도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방문객 유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은 여전히 재개장이 불투명하다. 이에 입점업체들은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며 곡소리를 내고 있고, 신동빈 회장이 나서 지원을 약속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 베트남 참사에 당혹

▲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지만 나름 성과를 냈던 최치훈 사장은 싱크홀 사태와 잇단 담합·사찰 논란에 이어 베트남 참사까지 터지며 취임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삼성물산 홈페이지

베트남 건설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한 삼성물산도 만만치 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건설의 용인 도로 공사장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난 같은 날, 베트남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항만부두 공사현장에서 1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5일 오후 베트남 하띤 성 해안의 붕앙 경제특구에 있는 포모사 하띤 철강회사의 공장에서 항만부투 방파제의 기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을 만들기 위한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베트남 근로자 1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포모사 하띤 철강회사는 대만계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의 계열사로, 하띤 성에 2008년 7월부터 100억 달러(11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철강단지를 짓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삼성물산이 2012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이 근로자들은 기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작업이 끝난 후 거푸집을 청소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즉시 현지와 본사에 대응팀을 구성하고 최치훈 사장이 다음 날 베트남으로 즉시 날아가 수습에 착수했다. 사과와 더불어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즉각 사망자에 대한 장례비와 부상자의 치료 계획을 내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최치훈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베트남에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추가 조치에 대한 것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치훈 사장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음에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감지된다.

당시 현지 언론인 일간 타잉니엔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사고 발생 전부터 거푸집이 흔들리는 현상을 보고했지만, 감독관이 계속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당국은 생존자·감독관·시공사 등을 상대로 야간 작업 중 발생한 이번 사고에 안전조치 소홀이나 기계 결함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베트남 경찰은 거푸집이 흔들린다는 보고가 미리 이뤄졌음에도 감독관의 지시로 참사 규모가 확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일 삼성물산은 “베트남 경찰이 48명에 달하는 삼성물산 직원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히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붕괴 징후에도 작업을 강행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싱크홀 이은 대참사로 신뢰도 흔들
지난 2013년 12월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대표로 발령받았던 최치훈 사장은 지난해 9년 연속 1위를 지켜오던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 1위에 등극하는 등 알찬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기에는 건설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1년 만에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석촌동 주민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던 석촌동 싱크홀 사태는 최치훈 사장을 당혹케 했다. 석촌지하차도 주변에 생긴 싱크홀의 원인이 삼성물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책임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서울시가 구성한 조사단은 삼성물산이 동공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공사 관리에 실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해당 구간에서 담합한 혐의까지 받으며 공정위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삼성물산은 결국 서울시의 발표를 존중하고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는 약속을 내놨지만, 삼성물산의 신뢰도가 크게 타격을 입는 것은 막지 못했다.

지난 10월에는 SH공사가 발주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한 강남 세곡지구 서민용 아파트의 부실시공의혹이 제기돼 또 한 번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3월 입주를 시작한 해당 지구 1천여 가구에서 반년여 만에 거의 한 세대마다 10여건에 달하는 9526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최근에는 주총 현장에서 불법 사찰을 자행한 사실이 알려져 삼성물산이 거센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3일 삼성물산 고객만족팀이 5년여간 회사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이자 소액주주를 정기 주주총회 당일날 조직적으로 감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최치훈 사장은 지난 16일 직접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삼성물산이 ‘사찰 전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물산은 베트남 참사 우려로 지난해 싱크홀 사태 이후 다시 한 번 해외 수주 타격 마저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물산의 해외 신규 수주가 목표 대비 부진했다며 올해도 저유가 상황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베트남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해외 수주 시장에서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올해를 중대재해 Zero의 해로 선언하고 최치훈 사장의 진두지휘아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온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의 안전경영 의지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세간에서는 그간 해결사로 불리며 삼성카드, 삼성SDI 등에서 역량을 과시했던 최치훈 사장이 건설업무에 문외한이라는 지적을 재차 상기시키며 입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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