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노사가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선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통상임금에 대한 부분은 향후 논의를 개선하자며 채 수당체계 간소화와 직무급제 등을 도입한 신임금체계안을 내놨다.
2일 현대차는 울산에 있는 현대차 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노사표 60여명이 참석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5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사측 제시안을 내놨다. 이는 지난달 30일 4차 본회의에서 노조가 사측에 제시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가 이날 내놓은 신임금체계는 크게 수당 체계 간소화, 직무급제 도입, 부가급제 도입, 성과 배분 기준 수립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 사측은 “현대차의 임금체계 구성은 각종 수당이 120여 개가 난립해 복잡하고 낙후돼 있다”며 “현재의 임금 수준 또한 임계치까지 도달했다”고 제시 이유를 밝혔다.
우선적으로 현대차는 전 직원 또는 공통 부문 다수에 지급되는 일반·공통 수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수당체계의 간소화를 제시했다. 또한 노사 공동 직무 재조사를 통해 직무 중요도, 자격, 난이도, 작업환경, 숙련 필요기간 등을 고려해 등급을 세분화하는 직무급 신설을 제시했다.
제시안에는 직군별 특성을 고려, 개인별 노력과 성과를 등급화하고 이를 임금에 반영하는 부가급제 도입도 포함돼 있다. 부가급제는 기초급에 지급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안은 노사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현대차는 산정 기준의 재정립도 요구했다. 현대차는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기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는 합리적 지급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대내외 환경, 경영실적 등이 고려된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따라 연장 근로 및 휴일 근로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는 단편적으로 접근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해외 벤치마킹 결과와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현재 재직중인 직원들의 임금저하와 회사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없는 ‘신 임금체계’를 제시하게 됐다”며 통상임금 문제는 향후 개선위에서 계속 논의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회사가 제시한 신 임금체계는 미래의 지속 가능한 생존과 공동 발전을 위한 제안"이라며 "노사 모두의 노력과 지혜를 담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는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직원의 임금 저하를 방지하면서도 노사간에 유·불리가 없는 비용의 중립성을 유지할 것, 직원들의 성장 욕구와 자기 계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 임금체계 단순화를 통해 직원의 임금 이해도를 향상시킬 것, 합리적인 성과 배분제를 도입할 것 등 4가지의 주요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에 따라 제시안을 내놨음에도 대부분 거시적인 얘기에 그쳐 결국 협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이 개선위원회는 통상임금과 임금체계의 개선만을 합의하기 위해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통해 구성이 결정됐다. 따라서 개선위를 통해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마감 시한인 3월을 넘겨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온 게 없어 결국 올해 임단협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4월부터는 민주노총 총파업, 2015년 임단협 상견례도 예정돼 있어 사실상 개선위에서 극적인 타협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소송까지 진행중인 최대 쟁점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성조차도 사측이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선위 활동을 통한 타결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