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자원외교 비리 수사 중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금품 로비 메모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검찰이 자신에게 제안했다고 언급한 ‘딜(거래)’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번지고 있다.
◆성완종 특별사면-자원외교 혐의 ‘빅딜설’?
성완종 파문이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에도 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참여정부 당시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던 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정권에서 범죄에 연루된 기업인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특별 사면을 받은 점에서 참여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딜’의 내용이 참여정부 시절 특별사면을 도와준 관계자를 말하는 조건으로 자원외교 수사 혐의를 줄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의 특보로 활동하던 성 전 회장은 2002년 5∼6월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회삿돈 16억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어 2004년 7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그해 8월 형이 확정된 후 2005년 5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또한 2007년 11월에는 행담도 개발 사업 과정에서 행담도개발 측에 회삿돈 120억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그해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복권 조치됐다.
이에 대해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성 전 회장이 2006년부터 2013년 5월까지 회삿돈 일부를 빼내 조성한 것으로 파악한 비자금 250억여원 중 일부가 2007년 특별사면과 관련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 9일 <경향신문>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저거랑 제 것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故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잘 없는 일”이라면서 “전수조사를 안 해서 내용을 잘 모르겠지만 사면이 거듭되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사 과정에 정치적 딜(거래)을 검찰이 제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딜이 있을 수 없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는 변호사가 3명이 참여해서 시종 같이 했으며, 압력이 가해지거나 딜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확대해야” vs “물귀신 작전”
새누리당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 말고도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지난 2012년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산된 것과 관련, “대선자금은 여야가 없는 것”이라면서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은 여권 인물인 반면, 성 전 회장이 생전 여야를 막론하고 친분을 유지한 점을 미루어 수사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며 “고인이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것은 언론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두 번 모두 형평성 시비가 크게 불거졌던 매우 이례적인 특별사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께서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각각 계실 때 있었던 특별사면인 만큼 그 내용을 소상히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면서 “단지 메모에 남긴 것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성완종 전 회장은 과거 노무현 정권시절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두 번의 특사 당시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었다”면서 “그런 문 대표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가지고 직접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국민 보기 민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은 전원이 다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도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했나?”라면서 “자꾸 남탓 하고 언제까지 그렇게 하느냐. 그렇게 해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불만을 표했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사면은 법무부의 업무인데, 예를 들면 사면(과정)에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한다면 수사 대상이 돼야한다. 그런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열고 “김 대표는 어떠한 이유와 근거로 야당이 대선자금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며 “아무런 근거나 혐의도 없이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적 의혹을 가리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또 “집권여당 대표가 전대미문의 권력형 게이트 사건을 가리기 위해 저급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며 “여당은 정치공세를 공개 사과하고 자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모임 “대가성 의혹 매우 짙어”
국민모임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해명과 그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측 임종인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성 전 회장에 대한 2번의 특별사면을 주도한 책임자가 모두 문 대표였다.(2005년 특사 때 청와대 민정수석, 2007년 특사 때는 청와대 비서실장) 특히 2007년 문 대표가 비서실장 시절 성 전 회장의 특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사였다”며 “특혜성 또는 대가성 의혹이 매우 짙다고 볼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모임은 특혜성 및 대가성 의혹과 관련, ▲성 전 회장 스스로 상고를 포기한 점 ▲그 뒤 한 달 만에 초고속 특별사면 특혜를 받은 점 ▲법무부가 언론사에 특사 대상자 명단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면서 주요 인사임에도 성 전 회장의 이름을 빼고 비공개로 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성 전 회장이 특사로 풀려난 그 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 이동관 대변인이 성 전 회장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발표’한 점과 특사가 결정되기 직전 ‘경남기업 관련 계좌에서 5000만∼1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이 있는 점 등도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성 전 회장의 2번의 특사 특혜에 대해 문 대표는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며 “또한 검찰 수사나 ‘성완종 특검’을 실시할 경우 반드시 문 대표도 조사대상자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의당, 국민모임 등 진보진영은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현 정권 거대 부패 스캔들인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가능한 길은 특검이 유일”하다며 “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특검 도입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미흡하면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미흡할 것이 뻔한 당연한 결과에 대한 무책임한 방해”라며 “권력비리이니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야권이 추천하는 특별검사를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모임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특검 반대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겉으로는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면서 특검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들은 “국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비리의 사슬을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새정치연합은 특검 도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세월호특별법에 이어 또 다시 새누리당과 야합의 길로 갈 것인가 명백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