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와 함께 정부가 선포한 ‘부패와의 전쟁’ 확대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SK건설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검찰의 고발요청권에 의한 첫 기소 사례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은 새만금 방수제 공사 입찰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SK건설 법인과, SK건설 수도권 본부장 최모 상무를 비롯해 SK건설·대우건설·금광기업·코오롱글로벌 4곳의 전·현직 임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오는 25일이 공소시효 만료 예정었던 만큼 검찰이 기소를 위해 수사에 전력을 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SK건설의 기소는 지난 3월 이완구 총리를 비롯한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김진태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화제가 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1996년 규정된 검찰의 고발요청권에 따른 첫 기소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의 고발요청권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고발 전속권을 가진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지체없이 검찰에 형사고발해야 한다.
당초 SK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라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2일 공정위는 한국농어촌공사가 2009년 12월 공고한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1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SK건설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22억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나서기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이 갑자기 SK건설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면서 SK건설은 다시 심판대로 끌려나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SK건설의 경우 낙찰받은 공사 금액이 1000억원을 넘고 담합을 주도해 비난가능성이 높고 경쟁제한 효과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그간 실무적으로 고발 요청에 대한 교감이 빈번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난데 없이 검찰총장이 공식적으로 고발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첫 고발요청권 행사에 따른 수사에서 검찰은 꽤 소득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대우건설과 금광기업의 당시 임원이 담합에 가담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들을 포함한 4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7명에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근거였던 공정거래법보다 처벌이 무거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이번 기소에서 검찰은 임직원들의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담합 사건에 대해 법인에 대한 과징금이나 벌금형이 주를 이뤄와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지속돼 왔다며 앞으로는 임직원의 경우 회사의 지시나 업무의 일환이라도 원칙적으로 정식기소한 뒤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죄질이 나쁘면 구속수사도 검토할 방침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