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무너지나?
팬택, 무너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각시도 끝내 불발…청산 유력?
▲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회사로 이름을 떨쳤던 팬택이 결국 사라지게 될까. 팬택은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되면서 사실상 청산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뉴시스

1991년 ‘삐삐’ 사업으로 시작해 한때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회사로 이름을 떨친 팬택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까. 팬택은 세 차례 매각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법원이 회생불가 판정을 내리면 팬택은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팬택의 임직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팬택의 회생을 위해 결의문까지 채택하는 한편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팬택이 청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던 팬택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팬택은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17일 3곳의 투자자가 법원에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한국이 2곳, 미국 기업이 한 곳으로 업계에서는 팬택이 청산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팬택은 지난해 11월 공개 매각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된 바 있다. 3월에도 미국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팬택 인수의향을 밝혔으나, 원밸류 측이 현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인수 대금 입금을 미루는 바람에 끝내 무산됐다.

법원과 업계에서는 이번 세 번째 공개 매각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말 삼정회계법인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팬택은 청산가치(1505억원)가 계속기업가치(1114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한 존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약 1조원에 이르는 부채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 안팎에 그치는 점 등도 청산론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이날까지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팬택은 약 4주간의 유예기간 후 청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어두웠다. 업계에 따르면 이 때까지만 해도 단 한 곳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6일 오후에도 이준우 팬택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인수 절차가 잘 진행되지 못해도 남아있는 시간 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세 곳이 입찰을 완료한 것이다. 

▲ 매각이 무산됐지만, 팬택 임직원들은 희망을 놓지 않은 모양새다. 2013년부터 이어온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가 하면, 결의문을 채택해 팬택의 회생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뉴시스

◆무너진 팬택의 꿈
하지만 팬택의 세 번째 매각시도는 결국 불발됐다. 20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는 “팬택 인수합병(M&A) 관련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 17일 국내 2곳, 해외 1곳 등 총 3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이들에 대한 후속 입찰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산부는 “인수의향서가 유효하지 않거나(형식적 기재사항 미비), 실질적인 인수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됐다”며 “향후 절차는 관리인과 채권자 협의회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협의에는 수주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공개입찰 등 입찰절차의 재 진행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3차 매각까지 불발됐기 때문에 재매각 절차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팬택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준우 팬택 사장 역시 지난 16일 임직원 간담회를 통해 인수의향자가 마땅치 않을 경우 약 4주간 유예기간을 거쳐 청산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향후 절차는 청산이 유력하다. 법정관리인이 채권단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법정관리를 중단한 뒤 파산을 선언하고 회사 보유 자산 매각을 실시한다. 이 돈으로 부채를 정리한 뒤 법인을 청산하게 된다.

◆팬택, 세 차례 매각 시도 모두 ‘불발’
지난해 팬택은 매각 시도를 두어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로 돌아갔다. 매각주관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10월 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받기로 했지만, 일부 기업들이 제출 시간 미비 등을 이유로 추가 기간을 요구해 지난해 11월 21일로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을 미뤘다. 삼정회계법인은 기한 지연에 따라 인수의향서 제출과 본입찰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지만, 당일 투자자가 본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열린 팬택 관계인 집회에서 삼정회계법인은 청산 가치가 1500억여원으로 계속 기업가치 1114억원을 391억원 초과한다며 청산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당시 출고가를 낮춘 베가아이언2의 품귀현상과 함께 법원의 재매각 방침이 맞물리며 매각이 다시 추진됐다.

이어 팬택은 인수 의사를 밝힌 미국의 한국계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과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매각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당시 원밸류에셋의 실체와 자금동원, 경영 능력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만큼 원밸류에셋과의 계약은 많은 기대를 불렀다. 하지만 원밸류에셋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수대금 계약금 100억원을 지난 3월 6일까지 납부하지 않아 팬택은 또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3일 후 법원은 KDB대우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추가해 3차 공개 매각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인수의향서 접수 기간인 지난 17일 국내 2곳과 해외 1곳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며 팬택의 재기에 다시 무게가 쏠리는 듯 했으나 결국 법원이 후보들의 인수능력에 의문을 표하면서 3차 매각도 불발로 돌아갔다.

◆포기하지 않은 팬택

▲ 팬택 본사 ⓒ뉴시스

그러나 팬택의 분위기는 절망적이지 않다. 팬택의 임직원들은 “회사 생존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임직원들이 서명한 결의문에는 팬택 고용유지에 관한 처분을 회사와 인수자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팬택 인수자의 고용유지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회사의 생존을 모색하려는 임직원들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은 지난 3월25일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회사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팬택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희망의 끈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팬택은 여전히 연구개발(R&D)과 사후서비스(AS)를 지속하고 있다. 파산선언까지 남은 기간 동안 투자자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회사가 살아난다면 정상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21일 팬택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매각 시도가 계속 실패했기 때문인지 특별히 동요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휴직에 들어간 임직원이 전체 1천500여 명 중 절반이나 되기 때문에 서울 상암동 사옥 분위기 자체가 썰렁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팬택은 남은 힘을 다하고 있다. 2013년 10월 현대카드와 손잡고 시작한 ‘브루클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는 공장지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세련된 장소로 탈바꿈한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재기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현대카드는 팬택 신제품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법정 관리에 있는 팬택에 대한 재능 기부라기 보다는 자사의 모바일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작년 11월 ‘베가 팝업노트’ 이후 새 스마트폰 모델을 내놓지 못한 팬택은 이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을 오는 7∼8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그때까지 회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 하에서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새 주인 없이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순간’을 길게는 상반기까지로 보고 있다. 법원은 채권단과 협의해 1∼2주 안으로 팬택의 청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벤처 제조사의 신화가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 넘어 산…팬택 앞날은?
만약 청산의 위험을 넘어서더라도, 팬택을 정상화시키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기에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3%대를 유지하던 팬택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작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10% 이하로 떨어졌다.

해외 시장 진출도 여의치 않다. 부채가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업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동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 탓에 내수 시장 역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처럼 신제품 스마트폰에 이동통신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유통점들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고가 스마트폰 대신 출고가를 확 내린 팬택의 ‘베가 시리즈’를 대량 구매해 판매했다는 점을 들어 매각 환경이 악화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작년 11월 한 달간 팬택 스마트폰은 국내에서만 약 10만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길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라이벌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27.8%, 19.9%를 기록해 47.7%라는 점유율을 자랑했다. 그 뒤를 이어 중국 업체와 LG전자 등이 있었다. 17일 디램익스체인지의 트렌드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27.8%), 애플(19.9%), 화웨이(7.0%), LG(6.2%), 레노버(6.0%) 순으로 파악됐다. 이 조사는 스마트폰 출하량(수량) 기준이다.

1분기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2억 9천120만대로 전분기보다 9.2%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는 중국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될 전망이다. 2분기에는 전 세계에서 3억 1천100만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돼 전분기 대비 6.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팬택에게는 먼 얘기일 뿐이다. 즉, 팬택이 기사회생하더라도 정상화를 위한 행로는 가시밭길이라는 것.

임하늬 로아컨설팅 이사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소 업체가 독자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능들을 결합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