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와 공무원측이 실무기구를 통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냈지만, 향후 ‘국민연금’으로 쟁점이 옮겨 가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오는 6일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심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당·정·청 갈등도 예고되고 있어 향후 조율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도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민연금 둘러싼 靑-국회 엇박자
여야는 앞서 공무원연금개혁안 합의문을 통해 공적연금 강화 차원에서 2028년 이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한 이와 관련 법개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예고없이 국회를 찾아 양당 지도부를 찾아가 명목소득 대체율, 즉 국민연금 수령액을 올리기로 한 데 대해 “분명한 월권”이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정치권이 아닌 별도 기구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인 만큼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부정적인 뜻을 밝히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한 정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8%까지 두 배로 올려야 한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은 연금 보험료 인상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대체율은 자신의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의 비율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더 걷거나 세금을 더 넣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로 오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었던 사람은 소득대체율 50%인 상황에서 월 100만원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야당은 9월 국회 본회의 처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여당에서는 일단 합의했지만 당내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며 청와대의 의견까지 더해지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향후 활동을 두고 청와대와 국회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앞으로 현 세대의 노후빈곤을 해결하고자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할 것인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안정성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나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2100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올리게 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정치권 ‘포퓰리즘’ 논란
여야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합의가 포퓰리즘에 합의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공무원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4일 “새누리당안이 이야기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정절감이 되는 (합의안이다)”라면서 “자꾸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좀 이해가 안 간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9급 공무원들이 30년 돼서 연금을 137만원 받는 분들을 또 다운시켜서 약 135만 원에서 133만 원까지 다운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그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할 경우 보험료를 18% 이상 올려야 된다는 문형표 보건복지 장관의 주장에 대해 “정부 자료에 의하면 추가 1%p만 국민연금 보험료을 올리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말하며 “정부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강 의원은 “문형표 장관의 이야기는 2060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때, 쌓인 돈이 다 없어졌다라는 걸 전제하고 얼마를 걷어야지 소득대체율 50%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험료율을 15% 정도로 해야지 줄 수 있다‘라는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비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명목소득대체율 50%를 맞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을 합의했다고 마치 공무원연금에서 절감된 돈을 다 그쪽(국민연금)으로 ‘쏟아 부어야 된다’는 식으로 논리 비약하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총동원해서 4개월 동안 공무원 연금 개혁안 마련했으니, 지금부터 4개월 동안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국민연금 강화 방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장기적으로 40%까지 낮추자고 한 결정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감안해 두 연금을 합쳐 50%의 소득대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합의와 관련,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여야가 지금 약간 정신을 놓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지냈던 이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을 예사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쓴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대책 없이 국민연금까지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고 약속을 해놓으면, 공적연금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었고,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결정을 한 것”이라며 “공무원노조와 야당이 공무원연금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킬 작정으로 괜히 엉뚱한 것을 끌어들여 문제를 못 풀게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5% 정도 되고, 2028년까지 40%로 내려가도록 이미 합의가 된 것”이라며 “40%에서 50%로 가려면 보건복지부 계산에 의하면 보험료율을 17%에서 18%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국민연금에서 본인이 4.5%, 고용주가 4.5%를 부담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이 세금을 더 내고 이것(국민연금 부담)도 더 내면 고용이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가 뒤늦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답답하다”며 “애초부터 분명히 반대를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학·군인 연금 ‘발등의 불’?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사학연금의 경우, 연금액을 계산할 때 공무원연금 산정방식을 준용하고 있고 군인연금도 적자가 심각하다는 점이 개혁 불가피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군인연금은 도입한지 10년만인 1973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해 국가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의 국가보조금은 1조3691억원에 달한다.
보조금은 2030년엔 2조781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의 누적 보조금은 32조원에 이른다.
군인연금 국가보조금은 2013년 1조3700억원에서 2030년 2조7814억원을 넘어 2050년 13조원, 2080년 32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립학교 교직원이 수령하는 사학연금도 아직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1년쯤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사학연금공단에 따르면 사학연금 손실은 2025년 1조원을 넘어선 뒤 2030년 3조5768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누적 보전금은 20조원에 이르며 2033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대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정치권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론도 제기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쳐 발표 하루 만에 철회한 바 있다.
반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공무원연금과 함께 포함돼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개혁에 탄력을 받아 향후 정부와 국회가 밀어부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