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비노 핵심 인사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해 7.30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바 있다. 그리고 이후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표가 4.29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자, 비주류 진영을 중심으로 김한길 전 대표가 리더십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김한길 전 대표는 11일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고 사실상 문재인 대표 사퇴론을 꺼내들었다. 김 전 대표는 “선거 참패 이후 우리당이 혼돈에 빠져 있다. 위기가 위기인 걸 모른 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요즘 우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고견도 듣고 있지만, 여전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표와 저녁 식사를 같이 했던 사실을 전하며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인 대안을 말씀하실 줄 알았다. ‘앞으로 이렇게 변하겠다’면서 제게 ‘이러이러한 부분을 도와달라’고 하실줄 알았는데, 그런 말씀은 없이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해도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며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며 “저는 이에 대한 문 대표의 결심이 서고, 그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그때 연락을 달라고 말씀하고 문 대표와 헤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공갈’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주승용 최고가 문 대표에게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겠다면 최소한 패권정치 청산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일주일 넘게 응답을 기다리던 와중에 벌어진 색다른 응대였다”며 “공갈 발언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표가 선출직 지도부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지도부의 사퇴불가를 강조하는 건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선거패배 후 사퇴했던 모든 지도부의 결단을 무색하게 만든다”며 “선거참패 이후 사퇴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선출직의 의무만 강조하는 건 보기에 참 민망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지금도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을 찾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길은 요 며칠 동안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당의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은 과연 이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룰 수 있겠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저는 아무리 어려워도 부단히,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을 찾기 위해 몸바쳐 애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