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여당 친박계 지도부도 비판 대열에 합류하며 인적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문 장관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발언도 했다.
정부 대응책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서 최고위원의 의견에 맞서 메르스 사태를 수습한 뒤에 비난과 책망을 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사태가 위중한 만큼 지금 상황에서 당정의 불협화음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질타하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과했다. 다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채 매뉴얼 탓으로 돌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 좌장의 작심 비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도마에 오르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때문에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친박(親박근혜)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마저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아 이 문제가 확산됐다”며 쓴소리를 냈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를 쭉 지켜보며 그동안 느낀 것 한 마디를 하겠다”며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가장 근본 문제”라며 “뒤늦게나마 정부, 정치권에서 대책을 가져 다행이지만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메르스 사태가 수습된 뒤에 정부의 초기 대응 미비에 대한 질타를 하는 것이 옳다며, 지금은 메르스 확산 방지하기 위한 협조를 주문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듭 질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위기를 관리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초동대응에서 실패했다는 것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총리도 부재중이고 총리대행도 부재중이었다는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리더십의 부재가 화를 키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대응을 잘 하고 격리 수용하고 공개하고 이랬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며 “나는 그게 이 내각의 가장 큰 잘못이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의 최경환 총리 대행,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등 해당각료들의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이들을 발탁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책임과 관련해 내각과 시스템 미비의 문제이지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는 옹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메르스비상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명수 의원은 9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사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방역시스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처음부터 일정한 시스템에 의해 착착 움직였으면 지금처럼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안 보였을 텐데 그게 안 돼서 이렇게까지 확산된 것”이라며 “국민들도 이제 함께 정부를 신뢰하고 위생 문제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게 공포감을 갖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메르스 자체보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더 확산되는 게 문제”라며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참여하고 챙기고 그렇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여러 역할이나 시스템이 작동이 안 돼서 국민 불신이 가중된 것”이라며 “개인적인 행동이나 개별적인 관리로 들어가다 보니 더 커지고 결국 확산이 된 것”이라며 거듭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대출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사태 악화 원인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첫 감염자에 대한 소홀한 대처 등으로 초기 대응에 미흡했고 의료기관도 안이한 인식 아래 진료에 임했고 감염 의심자는 자발적 신고에 미온적으로 처신했다”며 대통령 비판론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위기는 기회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우리가 놓치고 있던 보건의료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시스템이 미비된 점을 강조했다.
◆문형표 “매뉴얼 탓”- 최경환 “정보 100% 공개”
메르스 사태를 처리 과정을 놓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경환 총리대행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책임을 따져 물었으며 야당은 문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장관은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사과 했지만 정부의 ‘실패’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경직된 매뉴얼’로 책임을 돌렸다. 청와대 책임과 자진 사퇴의 요구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의사출신인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첫 환자 확진 전에 중동에서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알고 내부에서 대비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의료기관, 국민에게는 안내나 교육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비는 책상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반복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첫 확진 환자가 4개 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마지막 의료기관에서 확진받는 우왕좌왕 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초기대응 실패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격리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늦게서야 1대 1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지만 굉장히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대학병원과 지자체에 일부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도 늦었고, 무엇보다 입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국가지정병상 부족과 관련해 민간 대형병원과 협조해야 하는 데 이것도 늦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전대미문의 메르스 공포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데 정부 당국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않고 어떠한 조치도 못 내놓고 있다”며 “정부는 메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시민들이 정부보다 아는 것이 훨씬 빨리 알고 있고 정부는 확인을 안해주고 정보에 대한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다”며 “휴업과 관련해서도 정부에서 지침을 주지 않아 교육당국에서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20일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여전히 낙제점”이라며 “누구의 책임이라고 목청 높여 비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귀를 열고 실패가 들려주는 갚진 교훈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의사 출신의 박인숙 의원도 “이 사태의 발단은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정보공개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여러 번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내 가족이 얼마나 감염됐나. 얼마나 위험한 가”라며 “메르스 확진자의 시간대 별 동선과 거점병원 등을 공개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의 대응을 질타하면서 지자체 자치적으로 대책본부를 꾸리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당초 메르스 정보를 비공개 방침을 세웠던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비난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공개키로 했다. 이를 두고 뒷북 행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최경환 총리대행은 대전 건양대병원 의료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스 정보와 관련해 “이제는 비공개가 없다”며 “모든 자료를 다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 대신에 하나로 통일된, 확인을 거친, 신뢰성이 있는 정보를 비공개는 없다는 원칙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총리대행은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이유에 대해 “환자의 실명을 공개하면 안 되지만 환자의 감염경로와 치료 상태와 과정을 공개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 상태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총리대행은 또 “메르스 관련 병원과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분류 되는대로 환자와 감염 경로, 확산 상태를 공개해서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총리대행은 아울러 “금주가 메르스 확산사태의 최대 고비”라며 “금주 중 확산사태를 최대한 잡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75.9%, 정부 인사에 책임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책임에 대해 국민 43.3%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8일 참여연대와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이 우리리서치와 함께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 뒤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30.4%를 차지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11.8%), ‘최경환 경제부총리’(2.2%) 순이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3%였다. 박 대통령과 문 장관, 최 부총리 등 정부 인사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75.9%에 달했다.
또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능력을 불신한다는 응답은 70%에 이르렀다. 메르스의 방역과 정보공개 등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신뢰하기 어렵다’는 답이 47.7%, ‘다소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는 답은 22.3%였다. 반면 ‘매우 신뢰한다’(7.7%), ‘다소 신뢰하는 편’(22.3%)이라는 응답은 30%였다.
‘메르스 발생 병원 및 지역의 전면 공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전면공개’ 응답이 88.0%로 절대 다수층을 이뤘다.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불과 8.3%,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7%였다. 이 조사는 지난 7일 정부가 메르스 발생병원을 공개한 당일 진행된 만큼 ‘전면 공개’에 대한 의견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요인이 메르스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응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7일 하루 동안 우리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 유무선(유선 500명 무선500명) 자동전화조사(ARS) 방법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로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는 ±3.1%p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