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STX프랑스 인수 고심 배경 ‘설왕설래’
대우조선해양, STX프랑스 인수 고심 배경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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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사업, 새 먹거리”? 업계는 산은 강압설 등 의혹 일색
▲ 대우조선해양이 부실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갑자기 적자 덩어리인 STX프랑스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누적된 적자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STX프랑스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회장은 크루즈 선박을 주력 사업 분야로 꼽고 STX프랑스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프랑스는 크루즈선·구축함 등 군함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TX프랑스는 STX그룹이 지난 2007년 노르웨이 조선사 아커야즈 지분 100%를 약 1조6000억원에 사들여 설립한 STX유럽의 자회사다. STX유럽이 지분 66.66%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프랑스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STX프랑스는 지난해 STX유럽에서 발생한 당기순손실 약 37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라 대우조선해양이 하필이면 적자 덩어리인 STX프랑스를 인수하려는 것에 대한 의문점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STX유럽의 연결기준 부채는 1조6752억원, 자산은 1조1083억원이다. 매출 8048억원에 당기순손실 3700억원을 기록했으며, 6개의 자회사 중 STX프랑스의 실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STX프랑스 인수는 산업은행이 제의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풍력 발전, 연수원 부지 등 부실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에 총력을 쏟는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라 굳이 STX프랑스를 떠안으며 사업을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8년 반 만에 적자를 기록했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38억원 수준에 불과해 인수 자금 마련도 녹록치 않다.

노조 역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성립 사장의 취임 전부터 STX조선해양의 위탁 경영을 놓고 반대 움직임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프랑스 인수가 이뤄질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설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노조는 “STX그룹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때도 별다른 기술이전 없이 수 조원만 쏟아부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은 크루즈 선박에 진출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인수를 강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산은 강압 의혹까지 제기돼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정성립 사장에 인수를 강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얻을 것 하나 없는 STX프랑스 인수를 굳이 검토하거나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의 강압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STX프랑스는 지난해 말을 목표로 매각 작업이 진행됐지만 무산되는 등 산업은행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좋은 평가를 받던 고재호 전 사장을 잇단 파행 끝에 교체한 주체가 산업은행과 그 윗선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아무리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출신이라 하더라도 그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현재 적자상태인 STX프랑스를 정성립 사장이 무리하게 인수하려 한다”며 “이는 양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실상 강요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인수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답햇다.

반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정성립 사장이나 산업은행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최근 “크루즈 선박에 10년 안에 진출해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면서 STX프랑스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고, “STX프랑스는 이익을 내고 있고 2020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건실한 회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 1월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성장 일로를 걷고 있는 크루즈산업에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크루즈 선박의 수주도 없고 건조 경험도 없어 대우조선해양이 진출에 성공할 경우 국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다만 내장재 및 인테리어 등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만큼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산업은행 역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조선산업은 세계적으로 업황부진에 빠졌지만 크루즈산업은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며 “STX프랑스는 세계 최고 크기의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의 부채까지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300억~500억원 가량의 인수대금을 제시한 것도 대우조선해양에게는 ‘당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프랑스 인수를 제안한 뒤 대우조선해양측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추가로 논의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아직 검토 단계인 건 맞지만 결정이 쉽지는 않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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