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70) 의원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하고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게 해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최성환)는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와 한진해운 여의도동 본사, ㈜한진 소공동 본사 등 한진그룹 계열사 3곳에 일제히 수사진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날 검찰은 “고발장 혐의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차원의 제한적 압수수색”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관련자 소환 조사 등에 대한 방침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고발된 혐의는 지난 2004년 문희상 의원이 조양회 회장에게 미국서 거주하던 처남 김모 씨의 취업을 부탁하고, 김 씨가 브릿지 웨어하우스라는 회사에 취업해 74만 달러(약 8억 원)의 급여를 받고도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브릿지 웨어하우스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의 한진해운 터미널의 거래사로, 주소가 한진해운 국제터미널과 같은 ‘롱비치 한진로드 301’이다. 김 씨는 이 회사에 컨설턴트로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의원은 취업 청탁 당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마친 직후였고, 조양호 회장의 경복고 4년 선배다.
◆문희상-처남 소송과정서 재판부가 인정
이 같은 혐의는 지난해 문희상 의원 부부와 처남 김 씨가 건물 담보 대출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김 씨는 자기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문희상 의원 부부가 이를 갚지 않아 부동산 소유권을 잃게 되자 문희상 부부를 상대로 12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시효 문제가 불거지자 김 씨가 “대한항공을 통해 2012년까지 이자 성격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시효가 살아있다”고 주장해 취업 청탁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5부(부장판사 이성구)는 “문희상 위원장이 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서 거주하던 김 씨의 취업을 부탁해 김 씨가 취업했고, 2012년까지 8년간 74만7000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 씨가) 다른 곳에 거주하는 등 이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결문의 내용을 접한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은 지난해 12월 문희상 의원을 공직자윤리법 위반혐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비난 여론이 확대되면서 올해 초 엄마부대봉사단 등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희상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2004년 문희상 의원의 청탁 시점과 2012년 처남의 마지막 월급 수령 시점을 고려, 공소시효가 7년인 뇌물제공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 돈을 지급한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

◆문희상·조양호, 연관성 일제히 부인
한편 김 씨가 조양호 회장을 통해 청탁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문희상 의원과 조양호 회장은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고 있어 진실공방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문희상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올해 초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문희상 의원 측은 “당시 처남이 미국에서 직업 없이 놀고 있어 대한항공 측에 간접적으로 취업을 부탁했지만,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사실은 없다”면서 “처남이 실제 컨설턴트로 일했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현역의원으로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또한 문희상 의원 측은 당시 “처남이 2004년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는데, 대한항공이 이를 거절하면서 취직 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제안했고 나중에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아 취업했다”면서 “취업사실은 송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진그룹은 아예 조양호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해명자료를 통해 “문 희상 의원의 처남이 취업했던 미국 브릿지웨어하우스는 한진그룹에서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별개법인으로 한진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조양호 회장은 이 사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브릿지 웨어하우스의 주소가 한진해운 국제터미널과 같은 ‘한진로드’인 것에 대해서도 “터미널 부지가 워낙 넓다보니 도로명이 한진로드가 된 것 뿐이고 유관업체로서 사무실이 붙어 있다”면서도 “지분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