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의 이상한 자소서, 가족 월수입은 왜?
경동제약의 이상한 자소서, 가족 월수입은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공채서 자소서에 가족 직업, 월급 기재 요구 비난
▲ 최근 경동제약이 상반기 정기 공채 서류전형을 마무리하고 1차 면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원서류 작성시 자기소개서 항목에 가족들의 구체적인 직업과 월수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동제약 홈페이지

최근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일반의약품 ‘그날엔’으로 알려져 있는 경동제약(회장 류덕희)이 2015년 상반기 정기 공채에서 자기소개서 항목에 가족들의 월수입까지 기재토록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지난 10일부터 의약사업본부 영업, 중앙연구소 연구, 생산본부 품질보증 분야에 대한 신입사원을 모집, 지난 19일 서류전형을 마감하고 오는 25~26일 영남·경기·서울 등에서 1차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용 방식은 온라인 채용 페이지에서 입사 지원 서류를 접수하고, 인·적성 검사와 권역별 1차 면접을 진행한 후 2차 면접으로 선발하는 절차로 구성됐다.

그런데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경동제약 온라인 채용 페이지의 자기소개서 항목에 가족들의 인적사항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호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채용 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경동제약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성장과정’을 300자 이내로 서술하라”는 부분 아래에 가족 사항을 적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가족 사항이 기본 인적사항 부분에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서류전형과 면접시 활용되는 비중이 높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가족 사항을 적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사항의 항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동제약은 자기소개서에 가족들과의 관계, 성명, 연령, 종교, 동거 여부와 더불어 ‘직업(구체적으로)’과 ‘월수입’을 요구하고 있다.

◆취준생들 ‘가족 스펙’에 불이익당할까 우려
이를 두고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가족들의 구체적인 직업과 월 수입이 대체 왜 필요한 것이냐”며 경동제약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취업 경쟁이 심해지고 한국 사회에서 학연·지연의 폐해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비중이 높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부모님의 월급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취업 지원자의 가정환경 등 배경이 채용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공공연하게 확산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한 취업 준비생은 “인적사항 기재란이 아닌 자소서(자기소개서) 란에 가족 사항을 적는 것부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인재 채용 시장에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기본 정보에 해당하는 가족 사항을 자기소개서에 적게될 경우 기재 내용에 따라 채용에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울러 가족들의 구체적인 직업을 요구하고 월수입마저 자기소개서란에 적어야 하는 사실은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취업 준비생은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직업이 없는 지원자와 아버지 직업이 의사·약사인 지원자 사이에 차별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득도 소득이지만 동종업계 종사 이력이 채용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 취업준비생들은 열심히 준비해 온 능력과 자신만의 인성이 아닌 가족들의 수입 등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누리꾼들 역시 “이젠 가족 스펙까지 있어야 취업이 되느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국회는 가족 사항 배제 요구하는데...
이 같은 우려를 없애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키와 몸무게 등 신체사항과 함께 가족사항을 이력서에서 삭제해야 할 항목 중 하나로 꼽고 이를 없앤 표준이력서를 배포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채용시 재산·직업 등 구체적인 가족사항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지난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사업주는 가족관계 및 가족의 최종학력, 재산상황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고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도 가족의 재산·학력·경력 등의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비록 지난해 7월 새롭게 시행된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에는 학력에 의한 차별을 선언하면서도 가족사항들의 요구 금지는 결국 슬그머니 빠졌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지난 2003년부터 가족사항의 요구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격앙된 누리꾼들, 불매운동까지 거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 댓글을 통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제 가족 스펙이 있어야 취업이 가능한 사회가 된 것인가”라며 성토했고 다른 누리꾼은 “이런 것을 통해 그 회사의 인사과 수준을 알 수 있다”며 비판했다.

또 한 누리꾼은 “직원을 뽑을 때 필요한 건 인성과 능력 뿐”이라며 원칙을 재확인했고, 다른 누리꾼은 “이건 분명히 영업을 위한 사전 포석이 틀림없다”이라는 분석을 제기하며 “이런 기업은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동제약 인사총무팀 담당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가족 사항 기재 요구 이유와 영향 등에 대한 잇단 질문에도 “해당 건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는 대답만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한편 경동제약은 지난 1975년 유일상사로 창업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으며, 치료제 전문제조업체로 출발해 일반의약품(OTC·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약품)과 전문의약품(ETC·처방전이 필요한 약품), 원료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특히 ETC 매출이 90% 이상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1554억원,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22.78%로 기록된 ‘알짜’ 중견 회사로 꼽히고 있다. 올해도 원료 의약품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력이 ETC인 탓에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날엔’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용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