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개정안을 통과시킨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민과의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청 관계 악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박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靑 “소설같은 얘기”
국회법 개정안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쳐 청와대로 넘어오면서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석상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적·도덕적 공허함”이란 발언을 두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대통령 탈당을 의미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서청원 최고위원을 꺾고 당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된 후,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면서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 것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청와대는 탈당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대통령 탈당을 말하는 것은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의 정치를 한다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대통령 말씀의 엄중함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여당이 정부를 도와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항을 실천해나가야 한다는게 대통령의 뜻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발언의 엄중함을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직 무겁게 못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어떻게 지키고 만들어온 당인데 탈당을 말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탈당설이 나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탈당설은 대통령의 진심을 모르고 대통령의 뜻을 훼손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당정 갈등으로 인해 국정 운영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친박 “탈당할 수도” - 비박 “절대 안 돼”
박 대통령의 사퇴론에 대해 일부 친박 인사들이 가세해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26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탈당한 예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국민들에게 상당히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도 “청와대에 대한 당의 뒷받침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대통령이 그런 결정(탈당)도 하실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은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 해줘야 하는 것이고, 당과 청와대가 하나가 되어서 국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탈당을 막기 위해선 “당청 간 골을 깊게 한 여러 가지 원인을 제공했던 핵심,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서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박계 지도부는 향후 당청 및 당내 갈등 수습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즉각 일축했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 평택시 블루베리 판촉 행사에 참석한 뒤 “그런 일(탈당)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게 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제활성화법을 외면해 온 국회에 대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면서 “우리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께서 거의 지금까지 만들다시피 한 당”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탈당 이야기를)본 적도 없고, 그럴리도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된 목소리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원내대표에 대해 불신임을 드러낸 만큼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탈당 가능성이 계속해서 불거질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받으며 거취문제는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겉으로는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의 유임에 대해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박계 핵심이자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심각성에 대해서 의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윤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진정한 리더라면 거취를 (남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의 거취문제가 다시 거론될 예정이어서 여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