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최근 내부 논의 끝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결권행사전문위원들이 회의 소집을 요구해 회의가 열렸다.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는 국민연금의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가 열렸다. 의결권위는 오전 7시 30분부터 장장 6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당초 3시간으로 예정됐던 의결권위가 회의장 예약시간을 연장하며 6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을 놓고 모종의 의견이 제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의결권위는 이날 합병안에 대한 절차적 문제 제기를 예고하면서도 투자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의결권위 김성민 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에 관해 전문위원회의 판단 결정을 요청하지 않아 이 건에 대해 심의 의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병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의결권위에 판단 결정을 요청하지 않은 절차적 사항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민 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이에 대한 입장을 오는 17일 삼성물산의 임시 주총 이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결권위는 정부 추천 2명, 사용자대표 추천 2명, 근로자대표 추천 2명, 지역가입자 대표 2명, 연구기관 1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날 의결권위가 일부 위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사상 초유의 자체 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결권위의 자체 회의 개최는 2006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또한 일부 의결권위 위원은 지난 10일 투자위원회 개최 전부터 찬반 결정권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내홍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12년에도 SK하이닉스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사 선임 안건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위에서 중립 의견을 내자 반대표를 던졌던 지홍민 의결권위 임시위원장과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연구원 교수가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홍민 임시위원장은 당시 “위원들은 추천자가 누구든 추천기관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의 사태는 이번처럼 의결권위가 자체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번 사태로 3일 앞으로 다가온 삼성물산의 임시 주총뿐 아니라 향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체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