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반영된 해양플랜트 부실의 반영이 예고됐던 조선업계 ‘빅3’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일제히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단일 분기 영업손실이 3사 합계 5조를 넘는 사상 초유의 실적이 공개됐다.
29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연달아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다. 해양플랜트 부실 미반영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식회계 의혹까지 받았던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 3조5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1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됐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1710억’…7분기 연속 적자
이날 조선업계 맏형 격인 세계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2분기(연결기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만 2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사적으로 매출 11조9461억원, 영업손실 17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7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 1분기에 비해서는 214억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1037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에는 조선, 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 충당금을 쌓은 탓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 한 해 동안 총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됐지만 손실액을 크게 줄이는 데 실패한 배경으로 조선부문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 인도 지연에 의한 추가비용 발생과 해양부문 해외 현장 설치공사비 증가, 일부 공사 공정 지연 등을 꼽았다. 선박 2천척 달성 기념 특별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967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29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조선업계를 덮친 악성 해양플랜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그나마 엔진기계부문과 전기전자시스템부문, 그린에너지부문 등에서 원가절감 노력을 550억여원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호조로 정유부문의 흑자폭이 확대돼 손실폭을 줄일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 ‘-1.5조’…창사 이래 최대
뒤이어 삼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 1조4395억원, 영업손실 1조548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업적자 규모는 삼성중공업 창사 이래 최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 26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1분기에도 영업이익 263억원을 올렸다. 또한 매출은 1조43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1067억원보다 53.7%나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증권가에서 예고한 대로 2013년 30억 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 등 해양 플랜트 부문의 공정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 때문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에 손익을 재점검하면서 진행 중인 공사의 원가 차질 내용을 바탕으로 생산 초기 단계에 있거나 아직 생산 착수 전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예상되는 모든 리스크를 도출해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이미 대형 해양 프로젝트 관련 충당금을 5000억원을 설정한 바 있지만 이번에 해양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의 경험 및 역량 부족으로 인한 설계 물량 증가, 자재 발주 지연 등으로 추가 공정 지연이 발생하면서 올 2분기에 손실을 추가로 반영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대형 해양 프로젝트는 선상에서 많은 인력이 동시에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협소한 공간에서 작업하다 보니 생산효율 저하가 예상보다 컸으며 이 때문에 공정이 대폭 지연돼 손실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3조’ 넘겨
조선업계에 악성 해양플랜트 부실 파문을 불러온 장본인인 대우조선해양은 장 마감 이후 2분기 매출액이 1조6564억원, 영업손실액이 3조318억원이었다고 밝혔다.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연간 영업손실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대우조선해양이 2조~3조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해 온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해양부문에서의 부실에 대비해 공사손실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인 송가 리그(Songa Rig) 프로젝트와 같은 미경험 해양프로젝트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공기지연 등으로 투입원가가 급증해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노르웨이의 원유 시추 업체인 송가 오프쇼어로부터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해양시추선 4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말까지 1호선을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으나 건조 지연으로 지난달 30일에야 1호선을 인도했다. 나머지 3척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 사이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송가 리그의 건조 지연으로 발생한 최대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보전해달라며 이달 중순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송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송가 측은 “해양시추선의 건조 지연은 대우조선해양에 책임이 있어 추가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이후 해양 프로젝트가 대형화, 고사양화, 고난도화 되는 상황에서 이를 턴키공사(EPC)로 수주해 발주사와 건조사 모두 기존에 경험한 적이 없는 혼란을 겪었다.
◆하반기 전망도 우울…실적 개선 힘들 듯
한편 조선 3사 모두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고 통상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826억3000만원에서 451억1400만원으로 45.40% 하향 조정됐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3.67%와 14.73% 하향 조정됐다.
2008년만 하더라도 해양플랜트 매출 비중이 25%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 50%로 확대되면서 하반기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양 생산설비쪽에서는 태국과 모잠비크 등에서 하반기 발주될 가능성은 있지만 업체들의 수주잔고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