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 유재석을 영입한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가 유재석 영입 발표 직전 기관 투자가들에게 블록딜로 지분을 대거 매도해 개미들이 피해를 봤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증권가 및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NC 최대 주주인 한성호 대표는 지난달 6일 110만주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총 12개의 기관투자자들에게 시간 외 매매(블록딜)를 통해 매도했다.
주당 매도 가격은 2만1400원으로 한성호 대표는 이 매매를 통해 235억4000만원을 손에 거머쥐었다. 처분 직전 FNC 주가는 2만2250원으로 블록딜 매도가는 5% 정도 할인된 수준이었다. 이 거래로 한성호 대표의 지분율은 37.99%에서 29.27%로 떨어졌다.
앞서 한성호 대표의 부인인 김수일 오엔이컴퍼니 대표와 동생인 한승훈 이사 역시 지난 6월 초 각각 45만주와 20만주를 주당 1만6920원의 가격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 측에 매각한 바 있다. 김수일 대표와 한승훈 이사는 각각 76억1400만원과 33억8400만원을 현금화했고 지분율은 각각 12.92%에서 9.35%로, 13.14%에서 11.56%로 도합 5.15%가 하락했다. 처분 직전의 FNC 주가는 1만8800원으로 매도 가격은 10% 가량 할인된 수준이었다.
한 달여 사이에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3.87%를 매도하고 345억3800만원을 현금화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64.05%에서 50.18%로 떨어졌다. 최대 주주 일가가 한 달여 사이에 보유 지분의 5분의 1을 처분하자 업계의 궁금증은 한껏 증폭됐다.
◆“유재석 이용해 돈방석 앉았나” 의혹 집중
특히 창립 주주가 코스닥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 기간 만료 시점이었던 6월 4일이 지나자마자 한성호 대표 일가의 지분 매도 움직임이 현실화됐던 점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여기에 유재석의 영입 직전 한성호 대표가 235억원어치를 매도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급기야는 한성호 대표를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영입 발표 2주 전 한성호 대표가 유재석 영입 사실을 재료로 기관과의 블록딜에 성공, 손쉽게 대규모 지분을 현금화하고 추후 FNC 주가가 장중 3만2250원까지 뛰어오르는 등 고점 근처에서 들어온 개미들이 물려 기관 투자자들의 물량을 떠안고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다. 발표 당일과 다음날 기관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80만주 가량을 넘기고 매입가 대비 30%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언론들은 한성호 대표가 과거 FNC 상장 당시 “기관과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발언을 재조명하면서 “하지만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지분을 처분했다”는 취지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꾼들 역시 한성호 대표가 유재석을 이용해 돈방석에 앉았다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을 던지고 있다.
◆“현재 주가, 매도 시점보다 오히려 높아” 반론도
증권가에서는 최대 주주 및 대표 일가가 회사 지분을 매수하는 것을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 의지로 읽고 호재로 여긴다. 반면 최대 주주 및 대표 일가나 회사 경영진이 이유없이 지분을 매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악재로 여겨진다. 한성호 대표 일가의 지분 매도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의혹이 확산되자 반대급부로 현재로써는 이 같은 비판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성호 대표 일가가 유재석 영입 발표 전에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거둔 이익이 오히려 영입 발표 이후 처분했을 경우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 및 대표 일가나 회사 경영진의 지분 매도가 악재로 여겨지는 이유는 내부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통해 매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다.
하지만 한성호 대표 일가가 비록 상장과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수 백억원을 현금화했음에도, 유재석 영입 발표 이후 3주 가량이 지난 현재 주가는 여전히 2만700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성호 대표가 2만원대 초반에 지분을 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꽤 차이가 난다. 한 매체에 의해 의혹이 본격적으로 보도됐던 지난 6일 당일에는 주가가 오히려 350원(1.30%) 올랐다. 유재석이라는 거물급 톱스타의 영입이 발표될 경우 주가가 크게 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한성호 대표가 유재석 영입을 미리 이용했다는 것도 확인하기는 어렵고, 한성호 대표의 아내와 동생이 영입 발표로부터 한 달 전에 이미 한성호 대표의 매도가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65만주를 로엔에 매도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도 굳이 한성호 대표가 부당한 지분 매도를 했다고 봐야 하느냐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나친 추측 삼가야”…향후 움직임 주목

특히 한성호 대표의 아내와 동생이 지분을 매도한 사실까지 묶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수일 대표와 한승훈 이사가 로엔이 지분을 매도한 시점은 최저점을 찍었던 날로부터 불과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해 11월 공모를 거쳐 12월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FNC는 상장 첫 날 공모가 2만8000원보다 10% 낮은 2만5200원의 시초가로 출발, 2400원(9.52%) 상승한 2만7600원으로 장을 마감하고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3월경까지는 주가가 3만원을 넘기면서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4월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6월 2일에는 1만7300원까지 폭락했다. 한성호 대표의 아내와 동생이 65만주를 처분했던 시점은 지난 6월 9일로, 저점을 막 벗어난 상태에서 지분을 매도했다는 것은 단순히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서 필요했던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또한 비난 여론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 입장은 한성호 대표가 설사 유재석 영입이라는 재료를 미리 이용해 대규모의 블록딜을 쉽게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와 과정이 정상적인 데다가 한성호 대표의 지분 매도 목적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친 추측은 삼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성호 대표 일가가 FNC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인 50%는 넘긴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현금화한 수 백억원 중 일부가 FNC에 다시 투자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FNC가 유재석과 노홍철 등의 영입을 준비하면서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도했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FNC 주식은 그 전에도 계속 상승세였고 기관들도 꾸준히 매입중이었다”면서 “유재석 영입으로 거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지분을 매도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호재를 앞두고 팔았다면 현금이 절박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물론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재석이 연예기획사 대표의 현금 마련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재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불편한 사실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최대 주주 일가가 현금 마련을 위해 지분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너 일가가 대량의 지분을 매도할 때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내 매도가 아닌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연초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도 현대글로비스 지분 1조원 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실제 기관이 유재석 영입 발표 직후 물량을 턴 게 아니라 그 전에 이미 다 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틀간 매매 현황에서 총 기관 순매도 70만주 중 금융투자사 물량이 27만주 밖에 되지 않고 투신과 연기금 등이 매도 우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기관은 유재석 영입 계획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유재석 영입을 미리 알았다면 12개 기관이 물량을 나눠서 가져갔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에 유재석 영입 발표 이후 큰 화제를 모으면서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수 차례 밝히고 있는 한성호 대표의 먹튀 예상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예상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의혹의 시선은 잠시 거두고 향후 한성호 대표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