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었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면서 합병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각 입장별 손익계산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2.12%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했던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일성신약의 보유 물량은 330만7070주로 처분금액은 1892억7684만4380원이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은 1주당 5만7234원으로 일성신약의 처분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57.6%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업계에서는 2004년부터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여 온 일성신약이 이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1245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익률은 191%에 달한다. 특히 일성신약은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조정신청도 낼 것으로 알려져 차익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일성신약과 마찬가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패장’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유 지분 7.12% 중 4.95%를 4426억원에 처분했지만 최소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엘리엇의 지분은 4.95%는 합병 발표 이전에 확보한 지분 전부이며 엘리엇은 이 지분을 올해 2월부터 5월 26일까지 매입했다. 당시의 평균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1000~2000원 높았다는 점에서 150억~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2.17%는 6월 초 주당 6만3560원에 매입한 지분이다. 10일 종가가 5만13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평가손실이 4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도합 6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엘리엇은 여기에 소송 비용과 홍보비용 등으로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썼다.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은 무려 6600억원 정도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11.88%(1856만1301주), 제일모직 지분 5.04%(679만7871주)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이후 양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폭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으로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KCC도 큰 폭의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 KCC는 지난 6월 10일 종가 7만5000원에 삼성물산이 보유중인 자사주 899만주(5.76%)를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6743억원이었다.
하지만 합병 이후 주가가 5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평가손실만 1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 2733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 여파로 10일 KCC 주가는 전날보다 15.13%(7만1500원)이나 폭락한 40만1000원에 장을 마감, 일일 기준 역대 최고의 낙폭과 2013년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의 주가를 기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